도쿄대 소장 ‘오대산 사고본 47책’
90여년만에 서울대에 반환 합의
90여년만에 서울대에 반환 합의
일제 강점기에 일본으로 반출된 <조선왕조실록>이 돌아온다.
서울대는 30일 “도쿄대가 소장 중인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 47책을 서울대 규장각에 기증한다는 데 두 학교 사이에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서울대 관계자는 “도쿄대 소장 조선왕조실록은 행정절차를 거쳐 약 6주 뒤 도쿄대 귀중서고에서 서울대 규장각으로 옮겨진다”고 밝혔다.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31일 오전 서울대 개교 60돌 및 규장각 창립 230돌 기념 한국학 국제학술회의 축사에서 이 사실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이태수 서울대 대학원장, 김영식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장, 이태진 국사학과 교수 등이 배석해 이번 반환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하며, 도쿄대도 같은 시각에 부총장 주재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조선왕조실록은 국보 151호로서 현재 강화 정족산 사고본 1181책, 태백산 사고본 848책, 오대산 사고본 27책, 기타 산엽본 21책 등 2077책이 국내에 남아 있으며, 1997년 훈민정음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조선왕조실록은 임진왜란 이전엔 한양·충주·전주·성주, 왜란 뒤 20세기 초까지는 태백산·적상산·오대산·강화 정족산 등 사고 네 곳에 분산·보관돼 왔으나, 이 가운데 ‘오대산 사고본’은 1913년 데라우치 마사타케 초대 조선총독이 일본으로 반출했다.
강화 정족산·태백산 사고본은 1910년 일제가 경성제국대학으로 이관하였다가, 현재는 강화 정족산 사고본은 서울대 규장각에, 태백산 사고본은 국가기록원 부산기록정보센터에 소장돼 있다. 적상산 사고본은 옛 황궁 장서각에 있다가 한국전쟁 당시 북한이 가져가 현재 김일성종합대학에 보관돼 있다.
반환이 예정된 오대산 사고본은 1923년 간토대지진으로 모두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올해 초 도쿄대 도서관 귀중서고에 성종실록 9책, 중종실록 30책, 성종실록 8책 등 47책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후 두 나라 사이에 반환 협상이 진행돼 왔다. 특히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과 김삼웅 독립기념관장, 김의정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등은 오대산 월정사와 함께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를 구성해 반환운동을 벌여왔다.
현재 남아 있는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태조에서부터 조선 철종 때까지 25대 472년(1392∼1863)의 역사를 편년체(역사적 사실을 일어난 순서대로 기술하는 방식)로 기록한 책이다. 일제 때 편찬된 26~27대 왕인 고종과 순종의 실록은 옛 규범에 맞지 않고 사실의 왜곡이 심하다는 이유로 포함되지 못한다.
조선왕조실록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방면을 다루고 있으며, 당대 왕조의 공식 기록으로서 정확성이 매우 높다. 다만 왕조의 역사서이기 때문에 당대 민중의 생활이나 풍습 등은 자세히 전하지 않는다. 실록은 다음 왕이 즉위한 뒤 실록청을 열고 관리를 배치해 펴냈으며, 실록의 기본자료가 되는 사초는 임금이라 해도 함부로 열어볼 수 없도록 비밀을 보장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조선왕조실록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다양한 방면을 다루고 있으며, 당대 왕조의 공식 기록으로서 정확성이 매우 높다. 다만 왕조의 역사서이기 때문에 당대 민중의 생활이나 풍습 등은 자세히 전하지 않는다. 실록은 다음 왕이 즉위한 뒤 실록청을 열고 관리를 배치해 펴냈으며, 실록의 기본자료가 되는 사초는 임금이라 해도 함부로 열어볼 수 없도록 비밀을 보장했다. 이재명 기자 mi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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