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법조리포트] 집요한 ‘전관예우’의 유혹 / 고나무

등록 2006-05-28 13:51수정 2006-05-28 13:52

2005년 12월 겨울, 사법개혁추진위원회 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대한변협과 시민단체는 “법관·검사들이 퇴임 직후 2년 동안 자신이 근무했던 법원이나 검찰청의 관할 형사사건을 맡을 수 없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격렬한 반론이 제기됐다. 법원·검찰쪽 위원들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특정 경력의 법관이나 검사를 차별해 위헌 요소가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전관 수임제한’안은 최종안에서 누락됐다.

2006년 5월24일 <한겨레> 13면에 ‘정몽구 회장 재판 전관예우?’ 기사가 나가자 법원은 “전관이 선임된 사건도 일반재판부에 배당할 수 있도록 예규가 허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몇몇 고위 법관들은 기자에게 불쾌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들은 “정 회장 재판처럼 중요한 사건에 전관예우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피고인들이 예규를 악용하는 등 부작용도 있다”며 ‘예규 자체의 한계’에 대한 뒷말도 들렸다.

‘전관예우’는 법조계의 오랜 화두다. 퇴임한 지 1년이 안된 판사 출신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을 수석재판부가 전담토록 하는 현행 예규보다 훨씬 ‘살벌한’수임제한 규정도 있었다. 73년에서 89년까지는 변호사법에 의해 판사·검사·군법무관 또는 변호사 자격이 있는 경찰 공무원으로 경력이 15년 안된 자는 퇴임한 지역에서 3년 동안 개업조차 수 없었다. (정년 퇴직자, 대법관, 대법원장은 예외)

지나치게 엄격했던 이 조항은 결국 89년 “직업 선택의 자유를 해친다”는 취지로 위헌 판결 받고 93년 삭제됐다. 그러자마자 다시 ‘전관예우’논란이 터져나왔고 대법원은 95년 예규를 만들어야 했다. 2004년 법원·검찰은 사개추위 개혁안에 반대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제 “예규에 부작용이 많지만 국민의 시선이 있어 폐지하기도, 개정하기도 쉽지 않다”고 변명하고 있다.

변협도 지지했던 사개추위 수임 제한안을 반대했던 법원의 해명치곤 궁색하다. 해석이 지나치게 폭넓고 부작용도 있다면 고치거나 없애야 하지 않을까? 개혁안에 반대했던 만큼 국민들에게 ‘전관예우를 없애려 이만큼 한다’는 제스처라도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닐까? 퇴임한 지 넉달도 안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가 정 회장 변호인단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예규 문제를 보도해야 한다’는 기자로서의 판단에 아직도 양보할 생각은 없다. 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2004년 개혁안은 위헌 논란을 비켜가기 위해 훨씬 섬세하게 규정을 다듬었는데 이조차 법관·검사들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사실 옛 변호사법 조항 정도는 돼야 전관예우를 뿌리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천년전 이스라엘 사람들에게도 전관예우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재판은 하나님께 속한 것인즉 너희는 재판에 외모를 보지 말고 귀천을 일반으로 듣고 사람의 낯을 두려워 말 것이며 스스로 결단하기 어려운 일이거든 내게로 돌리라 내가 들으리라.”(〈신명기〉1장 18절) 이 질문은 수천년된 것이지만 질문하는 사람은 시대마다 새롭다. 대답도 새로워야 할 것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