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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폭언…모욕…끊임없는 소환…툭하면 긴급체포

등록 2006-05-18 20:31수정 2006-05-18 22:34

검찰, ‘인권침해 수사’는 관행?

예총회관 시행사로 선정된 ㅈ사 대표 전아무개씨는 지난해 9월부터 올 1월까지 40여차례나 서울중앙지검에 불려갔다. 검사는 그에게 “공사를 따내기 위해 예총 고위 인사들에게 부정한 돈을 건네지 않았느냐”고 다그쳤다. 전씨는 통장을 비롯한 해명 자료를 내고 결백을 호소했지만 검찰은 막무가내였다. 그렇다고 전씨의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를 내놓지도 못했다. 하루 10시간 이상 40일 넘게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전씨의 삶은 망가지기 시작했다. 거래처는 떨어져 나가고 가정은 엉망이 됐다. 검사와 수사관들의 모욕적인 말씨는 전씨에게 자살 충동까지 느끼게 했다. 담당 검사는 석 달이 지난 지금까지 전씨에게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고는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다. 조만간 전씨를 다시 부를 것”이라고만 말한다.

박석안 전 서울시 주택국장의 죽음을 계기로 검찰의 잘못된 수사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위주의 시대의 수사기관과 달리 고문을 비롯한 가혹행위는 거의 사라졌지만, 폭언이나 모욕주기 등 인권침해 행위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다.

2002년 대검 중수부에서 조사를 받던 한 기업체 사장은 수사관으로부터 “저게 무슨 사장이냐. 돈이나 빼먹는 주제에”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조사실에는 그의 부인이 함께 있었다. 그를 변호했던 변호사는 “부인이 옆에 있는데 그런 소리를 들어 심한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며 “그는 ‘죽고 싶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피의자에게 모욕을 줘 범죄 사실을 털어놓게 만드는 방법은 특수수사에서 많이 쓰인다. 주로 정치인이나 고위공직자, 기업체 대표 등 고위층 인사들이 그 대상이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나이가 든 고위공직자에게 ‘비겁하게 부하들에게 떠넘기냐. 떳떳하지 못하다’고 말하면 효과가 금방 나타난다”며 “선배 검사들은 후배한테 ‘얘기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 적으면 그게 검사냐, 서기지’라고 다그친다”고 털어놨다.

조사실에 부인과 같이 있는데 “돈이나 빼먹는 주제에…”


피의자의 여죄를 캐낸 뒤 이를 ‘악용’하는 방법도 고전적인 수사기법으로 통용된다. 지난 1월 정치인에게 돈을 건넨 혐의로 기소된 한 기업가는 법정에서 “검사가 재판 때 진술을 번복하면 회사에서 수천만원을 빼내 쓴 것을 추가기소하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특수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큰 비리를 잡기 위해 작은 비리를 봐주는 것은 흔히 사용되는 수사기법”이라고 말했다.

이미 구속된 피의자를 계속해서 소환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1월 뇌물 사건으로 구속된 한 피의자는 무려 65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검찰청으로 불려나갔다. 그는 대기실에서 온종일 기다리다 잠깐 검사를 만난 뒤 돌아가는 날도 많았다. 이 사건을 맡았던 김아무개 변호사는 “피의자가 지쳐서 모든 것을 자백할 때까지 부른 것”이라고 말했다.

대검은 몇 해 전부터 긴급체포를 최소화하라고 일선 검찰청에 지시했으나, 정작 대검 중수부는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 론스타 수사와 관련해 대검 중수부는 지난 11일 오성일 전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자산관리과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두차례나 소환에 응한 사람을 긴급체포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기각했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검사는 “풀어주면 도망칠 것이라고 의심이 드는 사람은 긴급체포하기도 하지만 가급적 자제하고 있다”며 “검찰이 부를 때마다 모두 나온 사람을 긴급체포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황상철 이순혁 김태규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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