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납북 피해자 요코타 메구미의 부친 요코다 시게루(앞줄 맨오른쪽)가 메구미의 남편이자 역시 납북된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왼쪽에서 두번째)씨와 누나 영자(맨 왼쪽)씨를 16일 오후 만났다.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건물 안 납북자가족모임 사무실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최씨와 영자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자식들 송환 절대로 포기말자”
한국과 일본 두 나라에서 납북 피해자의 상징으로 떠오른 요코타 메구미와 김영남씨의 가족들이 16일 처음으로 만났다. 메구미와 김씨는 1970년대 말 양국에서 각기 북한으로 납치되어 결혼까지 한 이들이다.
메구미의 아버지인 요코타 시게루(73), 남동생 데쓰야(37)는 김영남씨의 어머니 최계월(82)씨와 누나 영자(48)씨를 한국의 납북자가족모임 등의 주선으로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대강당에서 만나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각각의 자식이 납북된 지 30여년 만이다.
요코타는 “이제 사돈이니까 자주 생각하고 모이자”고 인사를 건넸고, 남동생 데쓰야는 “말이 필요없이 저절로 눈물이 난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한국 가족을 보니 누나를 잃고 괴롭고 힘들었던 문제들이 한꺼번에 생각났다”며 “우리 모두 가족이니까 절대로 (송환을)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김영자씨는 “동생이 납북되고 나서 충격과 공포 속에서 슬픔을 묻은 채 살아왔다”면서도 “동생의 딸, 혜경이가 일본 가족을 꼭 닮아 그렇게 예쁜 것 같다”며 웃기도 했다. 이들은 영자씨가 준비해온 도자기 세트와 요코타가 가져온 납치피해 마크가 새겨진 장식품을 선물로 교환했다.
메구미의 가족은 일본 정부의 북에 대한 경제제재와 납북자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오는 28일 도쿄에서 다시 만날 예정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메구미 가족의 방한을 계기로 김영남씨 가족에게 그동안 파악한 정보를 알려왔다고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전했다. 일본 정부가 파악한 내용을 보면, 1978년 8월 납북된 김씨는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을 졸업한 뒤 대남공작기관인 노동당 대외정보조사부에 근무하고 있다. 김씨는 85년 말 일본어를 배우려고 메구미를 처음 만났고, 그 이듬해 8월 결혼했다. 김씨 부부는 87년 메구미가 딸 혜경을 낳은 뒤 우울증을 앓으며 관계가 나빠져 93년 가을부터 별거했다. 메구미는 94년 4월 자살했고, 김씨는 97년 재혼했다.
임인택 이제훈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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