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중항쟁 26돌 맞아 옛 도청사에서 기획전
“와, 총이다!”
15일 오전 광주 동구 광산동 옛 전남도청 ‘시민군 상황실’이 떠들석했다. 우정동산어린이집 100여명이 ‘오월’ 나들이를 왔다. 아이들은 총 든 시민군과 대자보 쓰는 여고생 모습의 동상을 신기한 듯 만져봤다.
5·18민중항쟁 26돌을 맞아 옛 전남도청이 역사 체험장으로 변신했다. 5·18행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전남도 청사가 무안으로 옮기면서 비게 된 옛 도청 1~3층을 역사 체험장으로 꾸몄다. 시계탑엔 흰색 만장, 은행나무엔 빨강 노랑 파랑 하양 천이 주렁주렁 매달렸다. 26돌 기획전 ‘광주, 한반도 ing…’ 총감독 조정태(40·사진) 광주민예총 미술위원장은 “옛 도청은 시민군이 머물던 5월의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옛 도청에서 마지막 밤 결전을 기다리던 시민군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1층 시민군 상황실에서 직접 대자보를 써볼 수 있다. 상황실 책상엔 오래된 타자기와 노란색 ‘갱지’, 〈투사회보〉를 찍던 실크 스크린이 놓여 있다. 노랑 천에 검은 페인트로 쓴 ‘비상계엄 철폐하라’는 펼침막과 최규하 전 대통령 흑백사진도 시곗바늘을 80년 5월로 돌리는 소도구들. 아들(초등2)과 함께 찾은 박영아(38·광주 북구 일곡동)씨는 “5월 자료와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서 아이들이 5월을 직접 체험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시민상황실 옆방엔 ‘오월의 시계’ 공간이 설치됐다. 횃불시위가 시작된 5월16일부터 첫 유혈사태가 난 18일, 시민군이 무장한 21일, 계엄군이 시민군 주검을 끌고 갔던 27일(새벽 6시5분) 등 광주항쟁 주요 과정이 시계 안에 일지별로 담겨 있다.
3층엔 대추리 이장이 호소문을 읽는 모습과 할머니의 근심스런 표정, 주민들의 심야 비닐하우스 회의 상황 등을 혼합재료를 통한 설치 미술로 생생하게 표현했다. 조 총감독은 “광주와 평택이 진압 방식이 다르지 않더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 추진과 대추리 상황 등 광주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광주/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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