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패보이는 해킹프로그램 설치
운영자등 무더기 적발
운영자등 무더기 적발
고스톱이나 포커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 패를 훤히 보고 친다? 일반인들에게는 꿈같은 일이다. 하지만 ㅇ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 김아무개(49)씨한테는 현실이었다.
김씨는 2004년 초 국내 게임업체가 개발한 ‘포커’와 ‘맞고’ 도박 프로그램을 8천만원에 매입한 뒤 이용자들의 패를 모두 볼 수 있는 해킹프로그램을 깔았다. 이를 위해 관련 기술자도 4명이나 고용했다. 그해 11월 멕시코에 서버를 둔 ㅇ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김씨는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을 상대로 집단메일 등을 보내 8만여명의 회원을 모았다. 김씨는 일반 이용자를 가장해 게임을 하며 처음엔 조금씩 잃어주다 판이 커지면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두 이겼다.
김씨가 이렇게 해서 17개월 동안 5354번의 사기 도박을 벌이며 딴 돈만 모두 29억여원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이용자가 통장으로 돈을 입금하면 사이버머니로 환전해주면서 뗀 5%의 수수료도 들어 있다. 상대방 얼굴을 직접 보고 치지 않는 인터넷의 특성을 교묘히 이용한 기상천외한 사기 행각이었다. 하지만 오래가지는 못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30일 현금을 직접 걸고 인터넷 도박 사이트를 연 혐의(도박개장)로 김씨를 비롯해 함께 사이트를 운영한 신아무개(34)씨를 구속하고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이 밝힌 바로는, 돈을 잃은 회원 가운데는 1억2천여만원을 잃은 여성과 1억여원을 날린 대기업 직원을 비롯해 교사 등도 포함돼 있다. 1만달러 정도를 판돈으로 건 서울시내 구청 공무원 2명과 해군 부사관 1명은 해당 기관에 통보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찰이 직접 오가는 도박 사이트에서 이런 수법이 발견되기는 처음”이라며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 대한 이용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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