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아내를 빌려드립니다!’를 기치로 내건 ‘가정관리사’ 사이트. 잠자리만 제외하고 남편이나 아내의 역할을 대행해 주는 도우미 사업이 국내에도 등장했다.
[트렌드] ‘변형 성매매’우려속 70여건 ‘파견’성사, 이용자 “만족” ‘아내(남편)만 빼고 뭐든지 빌려드립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여(렌탈) 산업이 날로 커졌다. 책·비디오 등 전통적 대여상품에서부터 유아용품, 가정용 공구와 캠핑용품, 명절·제사용품에 이르기까지 대여업이 불가능한 분야는 없다. 결혼식 주례나 하객 대여는 예식장에서 알선해주기도 한다. 마침내 렌탈산업은 ‘금지된 영역’으로 여겨졌던 ‘남편(아내)만 빼고 다 빌려드립니다’의 벽도 넘어섰다. 한 렌탈업체는 “남편도, 아내도 빌려드립니다”라고 선언했다. 렌탈산업이 새 사업의 영역을 개척한 것인가? 도덕과 사회관습을 짓밟은 막가파식 영업인가? 독신이 많은 유럽 등지에서는 애인 중개업이 성행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생활정보지 등을 중심으로 특정기간 애인노릇을 해주는 ’애인 중개업’ 광고가 많다. 이중 일부는 ’출장 도우미’ 등의 모습을 띤 변형된 성매매다. 결혼식 하객도 ’빌려서’ 사용이 가능하다. 하객이 적을 것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위해 ‘하객 50명’ 식으로 주문을 받는 사업도 이미 등장했다. 우리나라도 ‘남편(아내)을 빌려드립니다’ 등장 “남편이나 아내를 빌려 드립니다!” 신종사업으로 잠자리만 빼고 남편(아내)을 대여해주는 업체가 우리나라에서도 생겨났다. 이혼과 독신가구 증가 속에서 잠자리만 제외하고 남편이나 아내의 역할을 대행해주는 도우미 사업이 본격 등장한 것이다. 온라인 인력파견업체 가정관리사(www.rentwife.net)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정관리사 파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남성 가정관리사는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혼자 사는 여성을 위해 못 박는 일, 컴퓨터나 간단한 가전제품 수리, 형광등 교체, 무거운 물건 옮기기, 휴일 또는 자녀의 생일날 아빠 역할하기 등 가정에서 남편의 역할을 대신한다. 여성 관리사는 혼자 사는 남성을 위해 아이들 학습 지도와 가사일 등 가정의 아내 역할을 해준다. 요금은 남성이 시간당 1만~3만원, 여성이 시간당 5천원~3만원이고, 여성은 월 80만~150만원에 입주도 가능하다. 2000년부터 사업을 구상해 온 이 회사 대표 손기승씨는 “주위에서 이혼한 사람 가운데 재혼을 원하지는 않지만 가끔 남편이나 아내의 역할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 것을 보고 사업을 창안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회사원 정아무개(39·여)씨는 얼마전 자신의 주변으로 이사를 온 한 동창의 사정을 보고 심한 안타까움을 느껴 “우리나라에도 남편을 빌려드립니다”라는 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씨의 집 인근으로 이사를 온 여성은 형제가 없는 무남독녀로, 이혼 뒤 홀로 자녀를 기르고 있었다. 이사 뒤에 못박고 형광등을 손보고 하는 수고로운 잡일을 여자 혼자 해야 했다. 정씨는 외국처럼 우리나라도 “남편을 빌려드립니다”라는 서비스가 대중화되어 있으면 동창의 이사뒤 수고로움이 한결 덜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업 시작뒤 문의·방문 폭주…70여건 ‘파견’ 성사, 이용자 반응 “만족한다” 손기승씨는 현재까지 가정관리사를 소개하는 간단한 홈페이지만 개설했을 뿐 별다른 홍보를 하고 있지 않은데도 문의전화가 하루에 100통 이상 오고, 홈페이지 방문자가 늘면서 다운이 될 정도라며 싱글벙글이다. 하루 1천명 이상이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등 이미 2만여 명의 고객이 홈페이지를 다녀갔다. 현재 이 회사는 20여명의 남녀 가정관리사를 고용해 홈페이지나 전화로 파견 요청을 해 오는 고객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손씨는 현재 수원지역을 중심으로 영업하고 있지만 반응이 좋으면 전국으로 영업망을 확대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과 아내 임대서비스” 출발은 희망적이다. 올 1월초부터 본격 사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70건의 ‘남편-아내 파견’ 실적을 보였다. 남의 집 남편과 아내를 “빌려 써 본” 이용자들의 반응은 좋다. 인력파견을 중개하고 수수료는 월회비 형태다. 인력파견을 중개하고 받는 수수료는 성사횟수와 상관 없이 도우미로 등록한 남편과 아내들로부터 3만원씩 받고 있다. 현재 확보된 도우미는 25명(여자 15명,남자 10명)이다. 네티즌 “가정관리사가 아니라 변형된 성매매 되는 거 아냐?” 하지만 사업의 지속 성공 여부를 현재로서 속단하기는 힘들다. 독신남녀를 상대로 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은밀한 ‘성매매’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은 까닭이다. ‘은밀한 성매매’에 대한 높은 위험도를 지닌 이런 형태의 사업이 문제가 되면, 당국에서 제재를 할 가능성이 있다. <네이버>의 ‘hsu911’은 “성매매로 이어질 확률이 무지 큰 거 같다”, ‘rebel’은 “말이 관리사지 매춘 대용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restful3’과 ‘judo001’은 “자칫하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 “문제가 많아질 듯싶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내놓았다. ‘seungmin7608’처럼 ‘가정관리사’ 이름만 내밀었지, 사실상 성매매방지법의 돌파구로 만든 가정 성 관리사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한 네티즌도 있었다. ‘aufncl84’는 “처음에는 건전하게 운영되더라도, 결국 신종 매매로 방향을 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caidpu’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으면 매춘의 좋은 도구가 될 것이 뻔하다. 여자는 입주도 가능하다니…”라고 혀를 찼다. ‘seraqwe’와 ‘ryudy’도 “성매매 소지가 다분히 있다”, “한마디로 매매춘”이라고 일갈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자칫 이 사업이 오히려 가정파괴와 이혼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직업이 오히려 가정의 파괴와 이혼율을 더욱 더 가속화시킨다. 돈이 개입된 성매매나 매춘과 전혀 다를 바 없다”(seungmin7608) 한마디로 네티즌의 반응은 ‘씁쓸하다’로 모아진다. ‘가정관리사’가 필요하냐는 이 회사의 홈페이지 설문조사 결과 70% 이상이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또는 “필요한 것 같다”고 답했지만, “돈이 되는 일이라면 처와 자식들도 팔겠네”(ddg8298), “바야흐로 이젠 가족도 돈 주고 사는 시대가 되었다”(bluesun_21)고 개탄하는 네티즌이 다수를 이뤘다. 회사 “신종 성매매 안되게 회사에서 철저히 관리할 것” 한편 이런 우려와 지적에 대해 손 대표는 “홈페이지에서도 명시했듯, 법이나 상식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자는 강제 탈퇴시킬 것”이라며 “특히 수원지역을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활동은 회사 차원에서 책임지고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또 “지금은 홍보 및 회원가입 독려 차원에서 모든 고객에게 무료로 홈페이지를 노출하고 있지만 5월부터는 체계적으로 정비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까지는 회원과 도우미간 자체적으로 움직이는 행위를 막기는 역부족이지만 온라인상에서의 시스템 보완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러시아 등지에서는 애인, 남편(아내) 임대업 성행 한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애인 임대업’이나 ‘남편-아내 임대업’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러시아, 유럽 등지에서는 인기를 끌고 있 다. 중국에서는 특히 애인이 없는 남성들에게 여자친구를 빌려주는 ‘여자친구 임대업’ 이 성업 중이다. 중국 내 여자(남자)친구 임대업은 주로 결혼중개소를 통해 이뤄지지만 중국의 인터넷사이트나 백화점 또는 지하철 입구에 ‘여자친구를 빌려줍니다’라는 광고가 나붙기도 한다. 여자친구 임대료는 일반 여자친구의 경우 일당 150위안(우리돈 약 2만1000원), 대학생은 일당 300위안(약 4만2000원), 석사학위 이상자는 일당 800위안(약 11만2000원) 수준이다. 러시아에서도 이미 ‘남편-아내’ 임대업이 성업중이다. 여기서 말하는 ‘남편-아내’는 ‘작업인부’를 의미한다. 즉, 독신자들이 힘든 가사를 하거나, 부부동반 모임이 있을 경우 ‘남편-아내’를 잠시 빌려주는 사업이다. 이 업체는 처음에 ‘인부를 빌려드립니다!’라고 광고를 했지만, 러시아 독신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다. 그러나 ‘인부’를 ‘남편’으로 바꾸면서 사업이 번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혼과 늦은 결혼, 배우자 사별 등으로 인해 독신 가구 혹은 남성-여성으로만 이뤄진 가구의 증가는 렌탈산업에 새로운 사업가능성을 열었다. “남편(아내)을 빌려드립니다” 새로운 렌탈산업은, 논란을 떠나 우리 사회가 그만큼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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