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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울서남부 연쇄살인 용의자 행적

등록 2006-04-24 15:26수정 2006-04-24 18:02

`봉천동 세자매 피습' 등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검거된 정모(37)씨는 재작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강도살인 5건과 강도상해 3건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자백했다.

조사결과 정씨 범행의 피해자 13명 중 5명은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이 중 일부는 아직도 중태라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이 밝힌 정씨의 자백 내용에 따르면 2004년 2월26일 신림동 재래시장 노상에서 할머니를 배웅하고 귀가하던 여고생(18)을 흉기로 찌른 것이 연쇄범행의 시작이었다.

정씨는 같은해 4월22일 고척동 주택가와 5월9일 신대방동 보라매공원 근처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살인사건 2건도 자신의 소행이라고 경찰에서 털어놨다.

정씨는 또 작년 4월18일 금천구 시흥동의 모 빌라 1층에 창문으로 침입해 주부(47)와 아들(13)을 둔기로 때리고 금품을 털었고, 같은해 10월9일에는 봉천동의 한 장애인 공동생활 가정에서 정신지체 3급 장애인인 30대 여성 2명을 둔기로 때려 중상을 입혔다. 모두 강도행각을 벌이다 `입막음'을 위해 저지른 범행이다.

장애인 여성을 상대로 범행한 지 열흘 뒤 정씨는 봉천동에 사는 변모(26.여)씨의 반지하방에 들어가 금품을 털다 피해자가 깨어나자 둔기로 때리고 방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뒤 옆방에 있던 오빠(29)도 둔기로 때려 중상을 입혔다.

정씨는 이어 올해 3월27일 새벽 서울 봉천동 김모씨의 다세대주택 2층에 침입해 잠을 자던 김씨의 딸 3명을 둔기로 때려 1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중태에 빠뜨린 뒤 불을 지르고 달아났다. 중태에 빠졌던 2명 중 1명도 결국 숨졌다.

경찰은 `봉천동 세자매 피습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으나 정씨는 이런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또다른 범행에 나섰다.


정씨가 덜미를 잡힌 것은 이달 22일 오전 4시50분께 김모(24)씨가 사는 신길동 지하방에 침입해 금품을 털려다 실패하면서부터였다.

정씨는 김씨가 깨기 전 방을 뒤졌으나 1만원짜리 문화상품권 1장밖에 발견하지 못한 데 화가 나 김씨의 머리를 둔기로 때렸던 것이 정씨 입장에서는 화근이었다.

이상한 소리가 나자 옆방에서 자던 김씨 아버지와 친구가 달려와 격투를 벌인 끝에 정씨를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

수갑을 찬 채 순찰차로 끌려가던 정씨는 빈틈을 타 인근 건물 옥상으로 달아났으나 도주 2시간여만인 오전 7시45분께 포위망을 치고 수색을 벌이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검거됐다.

특수강도 등 전과 5범인 정씨는 주택가를 돌아다니며 문이 잠겨있지 않은 빈집을 노려 범행한 뒤 `완전범죄'를 위해 피해자들을 살해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평소 취미로 달리기를 해 온 정씨는 지하철 2호선을 타고 구로, 영등포, 관악, 금천구 등 서울 서남부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마음 내키는 곳에서 내려 범행 장소를 물색했기 때문에 수사당국이 동기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씨가 자백한 범행 8건 중 2004년에 발생한 3건에 대해서는 아직 다른 물증이나 진술 등이 확보되지 않아 경찰이 추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어렸을 때부터 내성적이었던 정씨가 대인기피증 등 성격에 따른 사회 부적응 문제와 경제적 궁핍이 겹쳐 그릇된 길로 빠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래 전북의 빈농 가정에서 3남4녀 중 장남으로 태어난 정씨는 고향에서 실업고를 다니다 가족과 함께 인천으로 이주한 후 `도시빈민'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씨는 인천에서 70대 노모와 누나 등과 살고 있으나 가족 중 직장을 가진 이가 없어 노모 명의 노후주택 방을 세놓고 받는 월세 55만원이 수입의 전부였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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