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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사장 출석하던 날 ‘과잉경호’ 활극

등록 2006-04-20 20:26수정 2006-04-21 02:33

[현장에서]
2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마당에는 쌀쌀한 날씨에도 취재진과 경찰, 그리고 100여명의 현대차 임직원 등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정의선(36) 기아차 사장의 검찰 출석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눈길을 붙잡은 건 포토라인 앞에 선 정 사장이 아니었다.

예정된 시각보다 조금 늦은 오전 9시36분, 검은색 오피러스가 대검 정문을 통과했고 정 사장이 차에서 내렸다. 그 순간 현대차 본사의 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이 정 사장의 차와 10m쯤 떨어진 곳에서 촬영하던 방송사 카메라기자 2명을 잡아채 화단으로 끌고 갔다. 이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서로 엉켰고, 몸싸움은 주먹다짐으로 번졌다. 기자들의 시선은 오늘의 ‘주인공’인 정 사장을 뒤로하고 그곳으로 쏠렸다.

정 사장은 차에서 내려 이 광경을 힐끗 쳐다본 뒤 대검찰청 민원실 층계를 천천히 올라갔다. ‘충돌’이 진정된 뒤에 보니, 한 카메라기자의 윗옷이 찢겨 있었다. 경비용역업체의 한 직원은 카메라기자가 휘두른 주먹에 코를 얻어맞았다. 카메라기자가 “사전 약속대로 포토라인을 따라 움직였을 뿐인데 현대차 쪽에서 달려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리자, 현대차 직원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그들의 표정은 잘잘못을 별로 가리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정 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카메라기자와 주먹다짐까지 한 용역직원은 코뼈에 이상이 생겨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소동은 얼마 되지 않는 지분으로 주인 행세를 하며 기업을 사유화한 ‘황제경영’의 한 단면인 것 같아 씁쓸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단죄를 받는 자리에서도 정 사장은 여전히 ‘황태자’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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