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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혼혈차별, 한방에 날릴수만 있다면…

등록 2006-04-18 19:26수정 2006-04-18 22:58

“어머니 나라 한국 왔는데 사람들은 외국인으로 치부
‘워드 열풍’도 일과성 아닌지 돈벌어 사회운동 할겁니다”
그에게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이다.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을 ‘우리나라’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그를 한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으로 부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분하다. 비록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지만 그에게 한국은 미국보다 훨씬 ‘우리나라’이다. 한국을 모국으로 여기고 사랑하지만, 한국인들은 그를 여전히 이방인으로 여기고 거리를 둔다.

격투사 곽·사·진 ‘링위에 서는 이유’

오는 22일 오후 6시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 대회인 스피릿엠시(MC) ‘온리 원’ 대회에 출전하는 격투사 곽사진(31)의 꿈은 이 땅에서 모든 종류의 인종차별을 몰아내는 것이다. 그것은 그가 링에 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백인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곽사진은 어릴 때부터 백인들에게 뼈저린 배척을 받았다. 어린 마음에 상처가 컸다.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레슬링을 배웠다. 백인들과 평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게 뭘까 찾다가 레슬링을 선택했다. 오하이오주 레슬링대회에선 결승에 오르기도 했다.

대학에서는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리넬대학에 입학해 어머니의 땅 한국을 알려고 동아시아학을 선택했다. 그사이 부모는 이혼했다.

대학 졸업 후 종합격투사 길을 걷기 시작한 곽사진은 일본을 거쳐 5년 전 한국에 왔다. 이름도 어머니 성을 따 한국식으로 고쳤다. 그러나 어머니의 땅은 그를 살갑게 대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처음부터 반말을 합니다. 그리고 혼혈인들을 외국인으로 치부합니다. 정말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사회입니다.”

그는 기지촌 성매매 피해 여성을 도와주는 ‘두레방’에 가서 일을 도왔다. 초기에는 한국말이 서툴러 통역을 하거나 서류 작성을 도왔다. 일이 조금 익숙해지고부터는 혼혈인 실태조사에 나섰다. 7개월 동안 사회의 냉대 속에 숨어 사는 혼혈인들을 찾았으나 불과 50명밖에 찾지 못했다. 대부분 교육, 취업 기회가 적어 음지에서 숨을 죽이고 살고 있었다. 알코올과 마약 중독자도 많았고, 자살한 경우도 많았다.


이 땅에 혼혈인 차별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한 격투사의 몸부림은 계속될 것이다. 곽사진 선수가 자신이 훈련하는 ‘최무배 팀태클’ 도장에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이 땅에 혼혈인 차별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한 격투사의 몸부림은 계속될 것이다. 곽사진 선수가 자신이 훈련하는 ‘최무배 팀태클’ 도장에서 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는 이 땅에서 식민주의 문화가 불식되지 않는 한 혼혈인 차별은 계속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베트남 등 아시아 여성과 결혼한 한국 남자들도 과거 백인이 아시아 민족에게 자행한 잘못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고 경계한다.

“하인스 워드가 한국에 다녀간 이후 혼혈인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고들 합니다. 반가운 일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일과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선 혼혈인들에 대한 기본 실태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그는 “혼혈인들이 많은 노동판에서 인권운동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의 형도 미국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누워 있으나 제대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있다.

“사각의 링에서 떳떳하게 싸우고, 이 땅의 혼혈인들을 위한 사회운동을 할 것입니다.”

그의 눈이 유난히 반짝인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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