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수협중앙회 강서공판장 냉동창고에서 수협쪽 관계자가 한겨레 취재진에게 수산물의 보관·배송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수협 처리시설 턱없이 부족…30년 독점이 방심 불러
수협 중앙회가 저질 학교 급식재료 파문에 이어 군납 수산물 관리에서도 문제를 드러냈다. 이는 처리 능력에 비해 과다한 물량을 소화하려는 욕심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수협의 수산물을 학교와 군 부대에 납품하는 서울 외발산동 수협 강서공판장의 새벽 모습은 혼잡스럽고 지저분하기 그지없다. 냉동창고에서 차량으로 직접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접안시설에는 한번에 고작 트럭 6대만 댈 수 있다. 대부분의 학교 급식 차량을 창고 주변에 대놓은 채 직원들이 손수레로 물건을 가져다 싣거나 바로 옆 6차선 도로 바깥 차선에 차를 댄 채 물건을 옮겨싣기도 했다. 한 전직 영업점장은 “비라도 많이 오는 날이면 아수라장이 돼 제품 위생이 걱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는 새벽 1시간 남짓 동안 19t 안팎(냉동 차량 70대 분량)의 학교 급식 물량 전체를 냉동 차량에 싣기에는 배송 장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벽 시간에 10여t의 군납 물량까지 동시에 취급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수협은 보통 인천 공판장에서 분류 작업을 마친 군납용 수산물을 가져와 전날 낮에 미리 냉동 차량에 실어놓는다. 이 과정에서 수산물을 15시간 동안 상온에 방치하는 어이없는 관행이 생겨난 것이다.
오염된 수산물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한 사례도 있다. 2003년 가을께 육군 3군사령부 야전수송교육단에서 세균에 오염된 어리굴젓을 먹은 병사 40여명이 집단 설사증세를 보인 일이 있다. 당시 취사병으로 근무한 임아무개씨는 “처음엔 조리 잘못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어리굴젓을 보급받은 다른 부대에서도 같은 사고가 보고돼 재료 자체의 결함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과정에서 나타난 이런 문제점들을 고치기 위해서는 해당 공판장들의 설비 능력만큼만 물량을 처리하거나 처리 설비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에서 학교급식을 맡고 있는 한 현직 영업점장은 “학교와 군대에 납품하는 수산물 작업장을 따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창고에 있던 수산물을 바로 냉동 차량으로 실을 수 있게 하는 작업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전문가는 “수협이 능력을 넘어서는 물량을 다루다 보니 수산물의 품질이나 원산지 위반 등을 통제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문제가 발생한 경우는 많지 않다고 밝혔다. 규격에 미달하거나 상태·포장 불량으로 수협 쪽에 이의를 제기한 것은 2004년 21건, 20005년 23건 등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두현 국방부 물자팀장은 “조금이라도 냉동이 풀린 물품은 일절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형수 식약청 조사관은 “유통 과정에서 해동돼도 바로 조리되면 식품 품질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서도 “재냉동되거나, 반품된 것이 다시 유통될 때는 식품이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랜 독점 계약 관행도 수협 중앙회 쪽의 방심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군은 1969년 9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농·수협을 통한 군 부식 계획 생산 조달’ 지시가 있은 뒤 70년부터 현재까지 수산물에 대해 수협과 수의계약을 해오고 있다.
전종휘 임인택 기자 symbio@hani.co.kr
전종휘 임인택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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