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새벽 서울 강서구 외발산동 수협중앙회 납품창고에서 직원들이 수산물들을 수송차량에 싣고 있다.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수협 식재료 항의 일지 ‘충격’
타이어조각 붙은 다시마…갈치살에 낚싯 바늘…
시정요청 4건중 1건 변색등 ‘조리 불가능’ 상태
타이어조각 붙은 다시마…갈치살에 낚싯 바늘…
시정요청 4건중 1건 변색등 ‘조리 불가능’ 상태
녹슨 못, 스테이플러칩, 머리카락, 노끈, 파리에다 집게벌레까지 …?
어느 쓰레기통 속을 묘사한 게 아니다. 수협중앙회(이하 수협)가 급식용으로 납품한 수산물 식품재료에 대한 일선 학교의 항의 등이 생생히 기록된 ‘클레임 일지’의 내용이다. <한겨레>가 단독입수한 이 일지는 2004년 8개월에 걸쳐 서울·경기·천안 지역의 650여 초·중학교가 수협과 계약을 맺고서 공급받은 식품재료를 두고 학교들이 제기한 항의내용을 정리한 일지다. 수협과 중간 영업관리 계약을 맺은 영업점장들이 작성·보관하며 내용을 전달해 왔다.
8개월 동안 접수된 항의·시정요청(클레임) 409건 가운데 4분의 1(102건)이 변색되거가 역한 냄새, 또는 곰팡이까지 생긴 상태여서 조리가 불가능한 경우였다. 유통기한을 넘기거나 보관상의 문제로 상해버린 수산물이었다.
일지에는 “역한 냄새가 나는 조갯살이나 새우살”, “석유 냄새가 나는 홍합살”, “설탕을 듬뿍 넣는데도 짠 다시마” 등으로 여러 학교에서 같은 항의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안 좋은 물건(고등어절임)”이라는 노골적 항의도 담겨 있었다. 때문에 영업점에서는 식품에 문제가 있어 반품을 요구하면, 급히 시장에서 같은 종류의 식재료를 구입해서 납품하기도 했다. 하지만 천안 지역은 교환이 불가능해서 점장의 설득으로 일부 그냥 사용했다고 일지는 적고 있다.
안양의 한 중학교에서는 한 학생이 멸치를 먹다 철사를 삼킬 뻔했으며,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는 조미된 김가루에서 방부제 봉투 조각이 나왔다.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멸치에서 쇳조각이 나왔고, 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갈치 속에서 낚싯바늘이 나왔다고 ‘일지’에 적혀 있다.
학생들이 음식을 먹기 전에 각 학교 영양교사가 납품 상태의 재료에서 발견하는 문제들은 더 심각했다. “파리가 붙은 채 얼어있는 장어” “주먹만한 돌이 섞인 다시마” “파리, 타이어 조각이 달라붙은 다시마” “녹슨 못이 들어있는 국거리용 북어채” 등이 그대로 학교에 납품됐다.
냉동 수산물을 녹였을 때 용량이 턱없이 줄어드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수원의 ㅎ초등학교 쪽은 “냉동이 너무 많이 돼 있어 씻기만 했는데 50% 감량됐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수산물의 이런 상태는 냉동기간이 너무 길었기 때문이므로 결국 신선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유효기간을 넘었을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협이 적극적인 대응이나 개선책 마련에 나서지 않은 정황도 일지 곳곳에서 드러난다.
한 현직 점장은 “클레임 내용을 수협 쪽에 전달해봐야 바뀌는 게 없다”고 말했고, “계속 부르짖는 목소리임. 왜 시정이 안 될까요?” “수협 이미지 상실” “입에 ‘죄송합니다’만 달고 살고 있음” 등 영업 당사자의 고충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 시일이 지날수록 점장들의 항의도 잦아지고 거세졌다. 무엇보다 일선 학교의 불만을 접수하는 이가 이들인데다, 품질 문제로 계약을 체결·유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영업점장 모임인 영업점 협의회는 지난 2004년 6월 수협 중앙회에 보낸 공문에서 “수협 중앙회가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HACCP)에 따라 인증받은 시설을 갖춘 작업장에서 납품한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고, 작업장을 둘러본 영양사들이 ‘너무 불결하다’고 해 납품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인택 전종휘 기자 imit@hani.co.kr
한 현직 점장은 “클레임 내용을 수협 쪽에 전달해봐야 바뀌는 게 없다”고 말했고, “계속 부르짖는 목소리임. 왜 시정이 안 될까요?” “수협 이미지 상실” “입에 ‘죄송합니다’만 달고 살고 있음” 등 영업 당사자의 고충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 시일이 지날수록 점장들의 항의도 잦아지고 거세졌다. 무엇보다 일선 학교의 불만을 접수하는 이가 이들인데다, 품질 문제로 계약을 체결·유지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영업점장 모임인 영업점 협의회는 지난 2004년 6월 수협 중앙회에 보낸 공문에서 “수협 중앙회가 식품위해요소 중점관리제도(HACCP)에 따라 인증받은 시설을 갖춘 작업장에서 납품한다는 사실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제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되고, 작업장을 둘러본 영양사들이 ‘너무 불결하다’고 해 납품계약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인택 전종휘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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