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무개(76)씨가 분실했던 가방과 가방 속 물건들. 고씨 제공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내의 사진이 담긴 유에스비(USB)와 노트북이 든 가방을 잃어버렸다며 돌려달라는 글을 지하철역 주변에 붙여 주변을 안타깝게 했던 70대 남성이 가방을 되찾았다.
21일 저녁 고아무개(76)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모두의 관심 덕분에 가방을 지하철 검암역 유실물 센터에서 찾았다”고 밝혔다.
고씨는 인천 계양역 주변에 “12월8일 계양역 도로 옆에 노트북이 든 백팩을 그냥 두고 승용차로 귀가해 가방을 분실했다”며 “사람 한 명 살린다는 마음으로 돌려주시면 후사하겠다”는 글을 프린트해 여러 곳에 붙이고 가방을 애타게 찾았다.
그는 글에서 “백팩 속 내용물 중 유에스비 여러 개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집사람 관련 내용과 집사람이 사용한 전화기 등 이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며 “제발 살려달라”고도 호소했다. 고씨의 아내는 유방암에 걸려 투병하다 2021년 10월 세상을 떠났다.
계양역에서 이 글을 목격한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화제가 됐고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가방은 경찰이 주변 폐회로텔레비전(CCTV)를 확인하며 찾게 됐다. 애초 고씨는 계양역 길가에 잠시 가방을 놔뒀다가 분실했다고 생각했으나 폐회로텔레비전 확인 결과 계양역을 나올 때 가방을 메고 나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씨는 “지하철 전동차에 두고 내린 것 같아 검암역 유실물센터에 전화해보니 다행히 가방이 있었다. 가방이 있다는 소리에 몸이 떨렸다”고 전했다.
고씨는 가방 안에 있던 업무 자료가 담긴 노트북을 찾은 것도 다행이지만 무엇보다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유에스비를 찾은 것에 기뻐했다. 되찾은 유에스비 안에는 아내와 과거에 찍었던 많은 사진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한 사진 속에서 부부는 카메라를 보며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고, 세상을 떠난 아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아내 사진이 담긴 유에스비를 찾아서 다행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가방을 찾게 됐다.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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