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에 은행을 찾은 경찰관이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막고 있다. 폐회로텔레비전 화면. 경찰청 유튜브 갈무리.
“지금 경찰이랑 통화하는겨.” “제가 경찰관이에요.”
지난 8월1일 충북 진천의 한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서 두 남성이 신경전을 벌였다. 휴대전화 속 ‘경찰’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에게 거액의 돈을 보내려는 노인 옆에서 수건을 목에 건 중년 남성이 ‘경찰관’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진실은 무엇일까. 휴대전화 속 인물은 보이스피싱 사기범이었고, 중년 남성이 진짜 경찰관이었다.
쉬는 날 은행을 찾은 충북 진천경찰서 초평파출소의 진해성 경위가 ‘직감’으로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은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19일 경찰청 유튜브를 보면, 지난 8월1일 오전 진 경위는 교대 근무를 마치고 은행을 찾았다가 한 노인이 에이티엠 앞에서 전화통화를 하며 돈을 보내려는 모습을 보게 됐다. 진 경위는 보이스피싱을 직감했고, 노인에게 ‘위험한 전화 같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노인은 휴대전화 속 인물이 경찰이라며 ‘통장이 범죄에 연루됐으니 돈을 보내주면 지켜주겠다’는 말을 굳게 믿고 있었다. 진 경위가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히고 통장을 뺏기까지 하며 말렸지만 노인은 진 경위의 말을 믿지 않고, 더 큰돈을 찾으러 은행 창구로 들어갔다.
비번에 은행을 찾은 경찰관이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막고 있다. 폐회로텔레비전 화면. 경찰청 유튜브 갈무리.
진 경위는 노인을 따라갔고 은행 직원에게 조용히 노인이 보이스피싱에 연루됐다고 알렸다. 은행 직원은 출금을 하지 않고 시간을 끌었고 다른 직원은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이 출동했고 노인도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했다는 사실을 그제야 인지했다. 출동한 경찰은 노인의 휴대전화에 깔린 악성앱을 지웠고 주의사항을 알렸다.
경찰은 “수사기관은 절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보이스피싱 사기 주의를 당부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