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경찰 정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 지난 6월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 석방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직후 ‘핼러윈 정보보고서’ 여러 건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는 당시 서울청 정보부장과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에 대해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18일 검찰은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배성중)가 진행하는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 재판에서 박성민 전 서울청 정보부장과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증거인멸 등 혐의를 받는 용산서 정보과 직원 ㄱ씨에게는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에 앞서 “두 피고인의 순차 지시로 삭제된 보고서 4건은 경찰 등의 대응 미비로 발생한 이태원 사고와 관련해 사전에 위험성을 경고하는 것으로, 보고를 받은 경찰 관계자 등에 대한 형사 또는 징계 사건의 증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청장의 지시로 강도 높은 감찰과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고돼 정보보고서가 물적 증거가 됐음이 명백해지자 관련 정보 활동의 위법 또는 부당성이 판단대에 오르게 될 상황을 피하기 위해 내부 규정을 빙자해 임의로 삭제하는 범행을 저질렀다”며 구형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참사 직후 ㄱ씨에게 핼러윈 대비 관련 정보 보고서 1건을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증거인멸교사, 공용전자기록등손상교사)로 지난해 12월30일 구속 기소됐다. 이어 검찰은 지난 2월8일 3건의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까지 범죄사실에 추가했다. 6개월여간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오던 박 전 부장과 김 전 과장은 지난 6월21일 보석 석방됐다.
이들 피고인은 ‘목적이 달성된 보고서를 열람 후 폐기한다’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일반적인 의미의 삭제 지시를 한 것이라며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에 더해 박 전 부장 쪽 변호인은 이날 최후변론에서 “4건의 정보보고서로 경찰의 법적 책임이 더 증가하는지 살펴보면 그럴 만한 내용도 없다”며 “증거인멸로 어떠한 이익을 얻은 바도 없다”고 말했다.
김 전 과장 쪽 변호인도 “박 전 부장의 지시에 (증거인멸의) 고의가 없다면 (지시를 받고 전달한) 김 전 과장에게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전 과장은 최후진술에서 “참사 이후 언론 보도로 묵살, 회유, 삭제하는 정보과장이 됐다. 삭제는 지시를 받고 한 것을 인정하지만 묵살, 회유는 하지 않았다”며 울먹였고 중간마다 말을 잇지 못했다.
재판 말미에는 희생자 임종원 아버지 임익철씨가 “참사 직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이 없이 모두가 한결같이 진실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피고인들은 명백한 진상 은폐를 했다. 불법행위가 너무나도 손쉽게 자행됐다는 사실에 슬픔과 분노를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피고인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해달라”고 발언했다. 임씨는 발언을 마치고 자리에 앉아 눈물을 훔쳤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경찰 책임을 묻는 재판에서 변론이 종결된 뒤 선고를 앞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선고기일은 내년 2월14일로 잡혔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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