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로 쓰러져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11월1일 하늘의 별이 된 박세진(59)씨.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치매 진단을 받은 어머니를 10년 동안 간호해 온 50대 환경미화원이 다섯 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의 별이 됐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11월1일 충남 천안시 단국대학교병원에서 박세진(59)씨가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18일 밝혔다.
한국전력에서 17년 동안 환경미화원으로 일한 박씨는 10월27일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식사를 준비하던 중 뇌출혈로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진 박씨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은 박씨가 평소 장기 기증을 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고, 박씨의 삶의 끝에서 남에게 좋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증을 결심했다.
천안에서 6남매 가운데 둘째로 태어난 박씨는 쾌활하고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보면 늘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 역시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며 자랐기 때문이었다.
박씨의 남편 김영도씨는 “아내가 어디 한 번 놀러 가지 못하고 일만 하고 살았던 것 같아 미안하다”며 “아내는 10년 전 치매에 걸린 장모님이 89살이 되도록 모시면서 힘들다는 말 한 번 없었다”고 돌이켰다.
김씨는 “나 만나서 고생만 한 것 같아 미안해. 내가 다음에는 더 좋은 세상에서 호강시켜 줄 테니 그때까지 하늘에서 잘 지내고 있어. 그동안 당신 만나서 고마웠고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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