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한 승객을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한 60대 택시기사가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해당 기사가 유사한 성범죄 전력이 있는데도 문제없이 택시를 운행해왔다며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최재아)는 승객인 여성 대학생을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한 60대 택시기사 ㄱ씨를 15일 준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다고 17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달 4일 새벽 6시20분께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만취한 채로 택시에 탄 여성 대학생 ㄴ씨를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서경찰서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ㄱ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술에 취한 ㄴ씨를 모텔에 데려다준 후 모텔비를 받기 위해 다시 들어갔다가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시시티브이(CCTV)로 확인한 ㄱ씨가 만취한 ㄴ씨를 모텔로 데리고 간 뒤 모텔 방을 수회 드나드는 모습과 현장 발견 물품 등으로 미루어봤을 때 ㄱ씨의 해명이 설득력 없다고 판단했다.
ㄱ씨는 과거 유사한 성범죄 전력이 있는데도 아무런 문제 없이 택시기사 자격을 유지한 채 택시를 운행하며 이번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2006년에도 택시 운행 중 24살 여성 승객을 성폭행해 징역 3년을 선고받았고, 2021년에는 강제추행죄로 벌금 400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2012년 이전 흉기를 휴대하거나 합동 강간을 하는 등 강력 성범죄로 실형을 받을 경우에만 출소 후 2년 동안 자격이 제한되고, 강간 등 일반적인 성범죄로는 실형을 받더라도 아무런 제한이 없어 ㄱ씨는 택시 운전을 계속해올 수 있었다. 현행법상으로는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 출소 후 최장 20년 동안 택시기사 자격이 제한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전과자의 택시기사 자격제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동성과 밀폐성을 가진 택시의 특성상 성범죄자에게 택시기사 자격을 주는 경우 승객 대상 성범죄가 재발할 위험성이 높다”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자격제한 요건을 강화하고,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취업제한 대상 기관’에 택시기사를 추가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검찰은 대검찰청에 이와 같은 의견을 전달해 법무부 등 관련 부처와 제도 개선을 위한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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