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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에 불만을 품고 고의로 큰 소리를 내 반복적으로 이웃에게 불안감과 공포심을 유발했다면 ‘스토킹’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14일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사회봉사 120시간, 스토킹범죄 재범 예방강의 수강 40시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ㄱ씨는 경남 김해시의 한 빌라에 거주하면서 2021년 10월부터 약 한 달간 새벽 시간대 31회에 걸쳐 소음을 내 이웃에게 도달하게 한 혐의를 받았다.
ㄱ씨는 평소 이웃과 층간소음으로 분쟁을 벌이던 중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는 찬송가나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틀고, 도구로 벽과 천장을 두드려 ‘쿵쿵’ 소리를 냈다. 윗집에 거주하던 피해자는 이를 녹음하고 소음일지를 작성해 112에 신고했지만, ㄱ씨는 출동한 경찰에게 “영장 들고 왔냐. 내가 시끄럽게 한 게 아니다”라며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압수수색 검증 영장을 발부해 침실 등 천장에서 소음을 내다 생긴 것으로 보이는 파인 흔적 등을 확인했다.
1·2심은 ㄱ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ㄱ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항소심 판결에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스토킹범죄로 인정해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층간소음의 원인 확인이나 해결방안 모색 등을 위한 사회 통념상 합리적 범위 내의 정당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스토킹범죄’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층간소음 분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발생이 곧바로 ‘스토킹범죄’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 구체적 경위, 피고인의 언동, 행위 전후의 여러 사정을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피고인의 반복된 행위로 다수 이웃은 수개월 내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다”며 “112신고로 출동한 경찰관과의 대화를 거부했을 뿐 아니라 이웃들의 대화 시도를 거부하고 오히려 대화를 시도한 이웃을 스토킹혐의로 고소하는 등 이웃을 괴롭힐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웃 간 일부러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도 사회 통념상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인 행위에 해당하면 ‘스토킹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처음 인정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