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여성가족부 현판의 모습. 연합뉴스
여성가족부가 최근 ‘여성정책국장’ 자리에 전문성 있는 외부 민간 인재가 임명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없앤 것으로 확인됐다. 여가부 쪽에선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의·조정 등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 기조를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한 밑돌깔기란 평가가 나온다.
여가부가 지난달 25일 여성정책국장을 개방형 직위로 지정한 조항을 ‘여가부 소속 공무원 인사관리 규정’에서 삭제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여성정책국장은 여성 정책과 성평등 정책 계획 수립, 성평등 의식 및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홍보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다. 2017년 이후 줄곧 전문성 있는 외부 인사가 맡아왔다.
이 조항이 삭제된 것은, 기존에 부령으로 정하게 돼 있던 ‘개방형 직위 관련 조항’이 여가부 소속 공무원 인사관리 규정으로 변경되는 과정에서 아예 삭제된 데 따른 것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이날 여가부에서 제출받은 ‘개방형 직위 임용 현황’ 자료를 보면, 2010년 여가부 직제 개편 이후 여성정책국장과 권익증진국장(여성폭력 예방·피해 지원 총괄)·청소년정책관(청소년 정책 총괄) 등이 개방형 직위로 지정되며, 해당 자리에 모두 6명의 외부 인사가 기용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규정 삭제로 여가부 국장 자리에 외부 인사가 기용될 가능성이 아예 막히게 된 것이다.
여가부는 이와 관련 “안정적인 여성 정책 추진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철수 여가부 운영지원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지금은 관계부처, 유관기관과의 업무 협의·조정, 현재 추진하고 있는 정책의 안정적인 관리·평가·점검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행정업무 경험이 많은 경력직 공무원이 임명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 기조 속 관련 업무를 유관 부처로 순조롭게 이관하기 위해 소신 있는 외부 인사가 오는 걸 막기 위한 조처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신현영 의원은 “국장급 개방형 직위 조항 삭제는 여가부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권력이 원하는 방향대로 공무원 줄세우기를 유도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현 정부 들어 사회 전반에 걸쳐 제대로 추진돼야 할 여성정책이 실종되고 있다. 여가부 정상화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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