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가 운영하며 경찰관 김씨에게 보호비를 납부했다고 주장한 오락실 모습. 전광준 기자
미준공된 서울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살다 용역세력에게 대거 강제퇴거를 당한 주민들이 경찰 반응이 미온적이라며 제기한 ‘경찰-용역 유착 의혹’을 뒷받침할만한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용역세력을 이끈 인물 ㄱ씨가 경찰 간부에게 뇌물 수천만원을 줬다고 자백하면서다. 다만 해당 간부는 자신이 빌려준 돈을 되돌려받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1과(과장 배은호)는 지난 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 혐의로 경찰 간부인 김아무개씨의 집과 과거 근무했던 서울 관악경찰서 당곡지구대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씨가 서울 신림동 주상복합아파트 가야위드안에서 성인오락실을 운영했던 ㄱ씨에게서 보호비 등 명목으로 6천여만원을 받았다고 보고 있다.
ㄱ씨는 2016년부터 서울 신림동 주상복합아파트 가야위드안을 관리했던 ‘용역세력’이었다. 당시 가야위드안은 미준공 상태라 분양대금을 완납한 분양권자조차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었다. ㄱ씨 등은 이런 허점을 이용해 주거하던 기존 분양자들을 무단 퇴거시키고 오히려 자신들이 세입자를 들여 임대료를 받았다.
ㄱ씨가 이끄는 용역세력은 퇴거에 저항하는 집의 현관문을 드릴로 떼어내거나 주민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문을 따고 들어가는 방식으로 집을 차지해나갔다. 이때문에 ‘무법천지’로 불리며 언론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당시 주민들은 아무리 신고해도 경찰이 ‘민사 사건이라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며 ‘경찰-용역세력’간 유착을 의심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에서 ㄱ씨는 현금 100만원씩을, 최소 20번 이상 경찰 김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주민 신고로 출동할 경우 원만히 해결해주는 데 대한 대가였다고 한다. 가야위드안 주상복합 건물 내에 있는 자신이 운영하는 성인오락실 보호비 명목으로도 2년 동안 매달 150만~200만원을 경찰 김씨에게 지급했으며, 그 기간 경찰 단속이 한번도 없었다고도 진술했다.
반면 경찰 김씨는 자신이 빌려준 돈을 되돌려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ㄱ씨와는 친구로 지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다고 해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줬다. 차용증도 썼다. 돈을 안 갚으려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ㄱ씨 쪽은 “정상적인 대출관계로 꾸미기 위해 흔적만 남긴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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