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김오랑 소령을 연기한 배우 정해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2주 만에 손익분기점인 460만명을 돌파하며 12·12 군사반란 속 실제 인물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당시 희생된 병사들에 대한 명예회복을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영화관을 찾는 마음은 무거웠다”며 “당시 현장에서 겪었던 충격적인 기억들이 지금도 가슴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1979년 12·12 군사반란 당시 서울 중구 필동의 수도경비사령부 33경비단 일병으로 복무 중이었다.
당시 33경비단장은 하나회 일원이었던 김진영 대령으로, 12·12 군사반란에 가담한 뒤 육군참모총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유 전 의원은 “당시 지휘관이던 33경비단장(김진영)은 반란군에 가담해 혼자 청와대 30경비단(단장 장세동)에 가 있었다”며 “33경비단 병력들은 부단장 지휘하에 장태완 사령관의 명령에 따랐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이어 “평소 병사들 앞에서 근엄하게 군기를 잡고 군인정신을 외치던 장교들이 편을 갈라 서로 총부리를 겨눈 채 추악한 하극상을 보이고 어느 줄에 서야 살아남을지 계산하느라 우왕좌왕하던 모습을 고스란히 봤다”며 “‘저게 군인이냐’는 생각에 정치군인에 대한 환멸을 갖게 만든 날이었다”고 말했다.
12·12 군사반란 희생자인 김오랑 중령, 정선엽 병장, 박윤관 일병의 33주기 추모식이 열린 2012년 12월12일 오전 서울 동작구 동작동 현충원 29묘역에 안장된 김오랑 중령의 묘역에서 추모제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당시 일병으로 복무했던 유 전 의원은 상관의 명령에 따르다가 희생된 병사들에 대한 명예회복을 촉구했다.
유 전 의원은 “영화에서도, 현실에서도 44년 전 그 날 밤 전사한 고 정선엽 병장, 고 박윤관 일병의 명예를 지켜드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했는데 적과의 교전이 아니라 정치군인들의 쿠데타 속에서 명령을 따르다 전사한 이 병사들의 명예를 지켜드리는 일이 아직 남아 있다”며 “영화 ‘서울의 봄’의 날갯짓이 정 병장과 박 일병의 명예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게 따뜻한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영화 ‘서울의 봄’ 스틸컷.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당시 국방부 헌병대 병장이던 정 병장은 제대를 3개월 앞두고 1979년 12월13일 새벽 육군본부를 점거하려는 신군부와의 총격전 중에 숨졌다. 영화 속에서도 육군본부 지하벙커 초소를 한 병사가 지키다 반란군의 총에 맞고 쓰러지는 것으로 그려진다. 23살의 나이로 숨진 정 병장은 1980년 3월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순직’으로 분류된 그는 2022년 12월 ‘전사자’로 인정받았다.
반란군 부대에 속해 있던 박 일병은 12·12 군사반란에 동원된 희생자였다. 신군부 쪽 우경윤 대령이 지휘한 수도경비사령부 33헌병대 소속이던 박 일병은 상부의 지시에 따라 육군참모총장 공관 초소를 점령한 뒤 초소를 지키다가 공관 탈환에 나선 해병대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신군부 쪽은 박 일병을 상병으로 한 계급 추서했다.
상부의 명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던 정 병장과 박 일병에 대한 추모비 건립, 훈장 추서 요구가 이어졌지만 명예회복 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2013년 12월12일 12·12 군사반란 때 반란군에 맞서다 숨진 정선엽 병장의 묘 앞에 참군인김오랑기념사업회 김준철 사무국장이 절하며 고인의 넋을 기리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유 전 의원은 고 김오랑 중령의 흉상 또는 추모비 건립에도 힘을 보탰다. 김 중령은 1979년 12월13일 새벽 반란군에 가담한 3공수여단 10여명이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한다며 서울 송파구 거여동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실로 들이닥치자 혼자 정 사령관의 곁에 남아 반란군과 총격전을 벌이던 중 숨졌다. 영화에서는 배우 정해인이 연기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10월8일 경남 김해시 김오랑 중령 추모비를 찾아 참배한 뒤 김 중령 친족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김해 시민들은 2014년 김해시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마친 김 중령을 기리기 위해 성금을 모아 김해시 삼성초 인근 산책길에 흉상을 세웠다.
유 전 의원은 “2012년 국회 국방위원장이 된 저는 ‘고 김오랑 중령 무공훈장 추서 및 추모비 건립 촉구 결의안’을 박근혜 정부 국방부와 일부 국방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3년 4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이듬해 보국훈장 추서로 김 중령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지켜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늘까지도 육군사관학교나 특전사에 국비로 김 중령의 흉상이나 추모비 하나 세우지 못한 것은 부끄럽다”고 덧붙였다.
12·12 군사반란을 그린 ‘서울의 봄’은 지난달 22일 개봉 이래 둘째 주말인 12월2~3일, 전주보다 16만명 더 많은 137만8000여명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465만5000여명을 기록했다(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