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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29살 순직 소방관의 생전 다짐

등록 2023-12-04 10:47수정 2023-12-08 15:05

2017년 1월 ‘헤드라인제주’ 기고글 재조명
3일 오후 제주시 연동 소방안전본부 1층 회의실에 마련된 임성철(29) 소방장 분향소를 찾은 “저의 아들도 소방관입니다”라고 말한 한 추모객이 울면서 헌화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제주시 연동 소방안전본부 1층 회의실에 마련된 임성철(29) 소방장 분향소를 찾은 “저의 아들도 소방관입니다”라고 말한 한 추모객이 울면서 헌화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제주지역 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구한 뒤 불을 끄다 순직한 고 임성철 소방장(29·특진 추서 전 소방교)이 대학생 시절 119센터 실습을 마치고 쓴 언론 기고가 다시 조명받고 있다. 임 소방장은 한 사람이라도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선배 소방관들의 모습에 존경을 표하며 자신도 하루빨리 동료 소방관으로서 일하는 날을 꿈꿨다.

4일 제주 지역 매체 헤드라인제주’는 한라대학교 응급구조학과 2학년이던 임 소방장이 2016년 2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 기간 제주소방서 화북119센터에서 실습생으로 일한 뒤 해당 매체에 기고한 소감글을 공개했다. 이후 임 소방장은 2019년 소방관에 임용됐고 올해로 5년 차 소방관이었다.

2017년 1월6일 온라인에 올라온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이정표’라는 제목의 기고글에서 임 소방장은 첫 번째 구급 출동 당시 “너무나 떨렸다”면서도 침착하게 환자를 이송하는 선배 소방관들의 모습을 보며 “너무나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웠다”고 적었다.

임 소방장은 “이번 소방 실습을 통해 구조·구급 대원들이 한 사람이라도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을 알게 됐다”며 “나도 소방관이 된다면 이번 실습으로 느꼈던 좋은 감정들을 (대학) 응급구조과 후배들에게 전달해 주고 나도 하루빨리 실습생이 아닌 동료로 반장님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지난 1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감귤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뒤 불을 끄다 순직한 임성철(29) 소방장. 연합뉴스
지난 1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감귤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뒤 불을 끄다 순직한 임성철(29) 소방장. 연합뉴스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인 임 소방장은 1일 새벽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감귤창고 화재 진압 중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뒤 불을 끄다가 강한 바람에 무너져 내린 창고 외벽 콘크리트 처마 잔해에 머리를 맞고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인에게 1계급 특진(소방장)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이날도 임 소방장을 추모하는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누리집에 마련된 임 소방장 온라인 추모관을 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1만8000명이 온라인으로 헌화했고 160여건의 추모글이 올라와 있다. 한 추모객은 “아빠도 소방관이셨는데 퇴직하시고서야 가족에게 말씀하시길, 매 출동 때마다 ‘지금 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다시는 못 나올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셨다고 한다”며 “두렵고 힘들지언정 당신도 그런 말을 훗날 하실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애도했다. ‘같은 또래의 소방관 아들을 둔 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추모객은 “소방관님 소식에 눈이 자꾸 젖어든다”며 “다시 태어나 부모님과 다시 만나 못다 한 삶을 살아가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아래는 임 소방장의 생전 기고글 전문이다.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이정표

(​https://www.headlinejeju.co.kr/news/articleView.html?idxno=295952)

2016년 2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으로 접어들면서 실습이 시작됐다. 그 중 첫 번째 실습지인 제주소방서 화북 119센터로 가게 되었다. 내가 목표로 하는 소방서에 실습을 하기 때문에 긴장하고 떨렸다. 처음 보는 실습생임에도 불구하고 반장님들이 감사하게도 잘 챙겨주시고 긴장하지 않도록 말도 걸어주셔서 감사했다.

응급구조과 선배이자 반장님이 화북119 센터에 대한 소개와 센터장님과의 면담을 했다. 특히 센터장님과 면담 중에 센터장님이 ‘구급차에 타는 순간 실습생도 소방대원이다’라는 말씀에 마음속에서 책임감과 이번 실습동안 많은 것을 배웠야겠다고 다짐을 했다.

센터 구조와 구급차에 있는 구급물품에 대해 알아가는 도중 첫 번째 구급 출동이 있었다.

너무나 떨렸고 그동안 학교에서 배운 이론으로 내가 구급대원이라면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나와 달리 반장님은 침착하게 환자를 평가, 처치 및 병원까지 안전하게 이송하는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나의 걱정은 사라지고 반장님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러웠고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센터에 있는 동안 그동안 궁금했던 구조,구급장비들의 사용법과 응급처치들을 물어봤을때 친절하게 설명해주시고 직접 이용해보라 해주셔서 많은 공부가 됐다.

소방실습을 하는 동안 놀라웠던 점은 시민들이 소방 싸이렌이 울리면 정말로 길 터주기 운동 해줄까 하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실제로 길 터주는 모습을 보니 현대판 모세의 기적을 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멋진 앞모습에는 늘 뒷모습도 존재했다. 비 오는 날 시민들이 길 터주기 운동을 했는데 비로 인해 시야가 흐려져 사고로 이어졌다는 사례가 있어 안타까움이 밀려왔고 소수에 불구하지만 구급차를 단순 이동수단으로 생각하시는 분들과 비응급인 주취자분들이 119에 신고를 하여 병원으로 이송되는 경우 등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이용하여 실제로 필요한 환자가 이용하지 못해 결국 사망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이번 소방 실습을 통해 구조,구급 대원분들이 한사람이라도 생명을 구할 수만 있다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소방관이 된다면 이번 실습으로 느꼈던 좋은 감정들을 응급구조과 후배들에게 전달해 주고 나도 하루빨리 실습생이 아닌 동료로 반장님들과 다시 만나고 싶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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