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기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지난 6개월간 전문 교육학원에서 수업을 받은 ㄱ(52)씨는 최근 “12월3~4일 이틀간 실시되는 외부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황당한 통보를 받았다. 건설안전기사 자격증은 일정 기간 전문학원에서 교육·훈련을 마친 뒤 추가로 한국산업인력공단(공단) 외부평가를 받아야 취득할 수 있는데, 학원 실수로 외부평가 등록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외부평가 등록은 개인이 아닌 학원만 신청할 수 있다.
일용직 노동을 해온 ㄱ씨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일도 멈추고 6개월짜리 학원 교육을 거의 마쳐가는 상황이었다. ㄱ씨는 30일 한겨레에 “6개월을 주 5일, 8시간씩 교육으로 인해 다른 일도 할 수 없고 오로지 이 시험에만 매달렸는데, 내년 3월 다시 시험을 볼 때까지 공부 기간이 늘어나면 생활고로 막막하다”고 말했다. ㄱ씨가 따려던 자격증의 외부평가는 1년에 5~6회가량 진행된다.
ㄱ씨가 등록한 학원이 공단에 외부평가 등록을 제때 하지 않으면서 12월 평가 기회를 놓친 수강생은 20여명에 이른다. 공단은 국가기술자격법에 따라 검정시험 외에 교육·훈련기관(학원)에서 교육을 받은 뒤 외부평가에 합격하면 자격증을 주는 ‘과정평가형 자격시험 제도’를 운영 중이다. ㄱ씨는 학원에 수강료 약 530만원(내일배움카드 정부지원금 263만원, 개인비용 267만원)을 내고 지난 6월부터 교육을 받고 있었다.
ㄴ학원은 ‘단순 실수였다’며 누락 사실을 인정했다. 개인 부담 수강료 중 250만원만 돌려주겠다면서도, 대신 외부에 발설하거나 이의 제기를 하지 말라는 합의서를 내밀었다. 자격증 취득이 늦어진 데 따른 보상은 언급하지 않았다. ㄱ씨는 “학원이 돈이 없다고만 한다. 국비지원액 300만원을 다 사용한 상황이라 다른 교육을 받을 수도 없다”고 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한겨레에 “잘 모르는 일이고 대답할 이유가 없다”고만 했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이 학원은 각종 기사·기능사 등의 교육과정을 내세우며 누리집에 ‘국가기술계 선도기업 17년 한우물’로 홍보하는 곳이다.
공단 쪽은 학원이 외부평가 등록을 누락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교육기관(학원)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공단 관계자는 “중과실로 훈련생에 피해가 가는 물의를 일으킨 사실이 확인되면 다음 연도 사업 참여 배제 조처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학원의 실수로 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구제는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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