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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다큐] 한강새우를 아시나요? DMZ 뱃길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등록 2023-11-30 18:00수정 2023-12-01 14:28

남한과 북한은 1953년 한국전쟁을 일시 중단한 휴전협정 당시 휴전선(군사분계선)에서 남쪽과 북쪽으로 각각 2㎞씩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했다. 한반도 허리를 가로지르는 DMZ(Demilitarized Zone·비무장지대)가 생긴 배경이다.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DMZ는 오랜 시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분단 70년의 상흔이 낳은 자연 유산의 아이러니다.

세상의 시간과 단절된 듯한 DMZ. 그런데 이곳 일대엔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꿈꾸며 척박한 땅에서 생명을 꽃피우는 사람들이 있다. <한겨레>가 인고의 세월을 견뎌온 이들 사연을 담으려 한강과 임진강, 한탄강으로 이어지는 디엠지 일대 물길 105㎞를 따라가는 뱃길로드를 떠났다. 철책 너머에서 허락된 풍요에 감사하며 자연의 섭리를 따라온 이들의 드라마 같은 인생 스토리가 임미정 DMZ 오픈페스티벌 총감독의 내레이션과 음악과 함께 재현된다.

이 다큐멘터리는 오는 12월 <딜라이브TV>, <실버아이TV>, <NBN>, <폴라리스TV>를 통해서도 시청할 수 있다.

한강 전류리 포구, 한강새우

한강 하구 최북단에 있는 김포시 전류리 포구는 ‘한강 어부’ 심상록씨의 출근지다. 올해 86살인 심씨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한강 끝자락 전류리 포구에서 70년간 배를 탔다. 중년의 아들은 서울생활을 접고 어부가 되겠다며 아버지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주요 어종은 새우. 한강새우라는 생소한 어종에 고개가 갸웃할 법하지만 거센 물살을 이겨내고 살아온 덕에 감칠맛이 일품이다. 이곳은 군의 허가가 있어야 조업이 가능하다. 강이 베푸는 풍요를 한평생 누려온 심씨에겐 새우를 잡을 때 원칙이 있다. 조급해 하지 않고 강이 정해준 시간을 따르는 것. 심씨는 “물이 허락해주는 것만큼 우리가 새우를 잡을 수 있다. 욕심을 내 더 잡으려고 하면 사고가 난다”고 말했다.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태도가 심씨가 70년을 어부로 버텨온 비결이다.

잡은 숭어를 보여주는 한강 어부 심상록 씨.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잡은 숭어를 보여주는 한강 어부 심상록 씨.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파주시 탄현면, 생태체험마을

민간인통제선(디엠지 남방한계선부터 남쪽으로 5~20㎞에 있는 민간인 통제 구역) 검문소를 지나면 파주시 탄현면에 장대한 평야가 펼쳐진다. 벼농사만 짓고 살아온 이곳은 김영수 이장이 인식을 전환하면서 생태체험 마을로 명성을 얻고 있다. 주민들이 직접 생태해설사로 나서 마을을 찾아오는 생태 관광객들을 맞는다. “맨 처음엔 생태를 갖고 관광한다는 걸 마을주민들이 이해 못 했다. 지평선이 보이는 백만평의 논을 볼 데가 어디 있느냐. 대한민국에 한 곳도 없다. 어차피 군사적 이유로 개발하지 못하는 부분을 훼손할 필요가 없고 생태를 보존하면서 얼마든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김 이장의 벗인 김승호 DMZ 생태연구소장의 말이다. 마을주민들은 자연 개발이 아닌 보호가 지속가능한 삶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가을걷이를 하고 있는 오금1리 이장 김영수 씨.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가을걷이를 하고 있는 오금1리 이장 김영수 씨.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파주시 장단면, 파주장단콩

민통선 북쪽 파주시 장단면 통일촌에는 지역명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은 콩이 있다. 바로 파주장단콩이다. 장단면은 땅 자체가 물 빠짐이 잘 되는 마사토인 데다가 일교차가 7~8도로 커서 콩 품질이 우수하다. 1973년 이연희씨가 장단면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다. 그런 거친 땅을 개간하는 과정에서 지뢰가 터져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여럿 나왔다. 그렇게 50년 세월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온 지금 장단면은 콩 삶는 구수한 냄새에 마법처럼 이끌려오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마을이 됐다. 파주장단콩이 주민과 세상을 연결하는 소통의 매개체가 돼 통일촌에 맛있는 행복을 더한다. 이씨는 작은 소망이 하나 있다. “그냥 이게 보존이 됐으면 좋겠어요. 청정지역으로 보존되면 좋겠어요.”

장단반도 논을 바라보고 있는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 회장.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장단반도 논을 바라보고 있는 김상기 경기도친환경농업인 회장.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한탄강 연천, 토종 민물고기

북한 평강에서 발원해 강원도 철원을 거쳐 경기도 연천으로 흘러드는 한탄강은 임진강을 만나 서해로 여정을 잇는다. 연천 주상절리를 화폭 배경으로 삼아 어업으로 생계를 잇는 이형배(남편)·이화섭(부인) 부부는 토종 민물고기를 그물에 가득 담아 올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참게부터 쏘가리, 메기, 장어까지 임진강과 한탄강이 한 데 모이는 합수머리에서 꿈틀대는 생명 덕분에 40년을 생계 걱정 없이 살았다. 그런데 이들 부부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한탄강댐이 생기고 인근 다리 보수공사를 하면서 수중 생태계 변화로 물고기들이 떠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민들은 다양한 종의 어린 물고기를 방류하면서 수자원 회복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형배씨는 “참마자, 모래마자, 피라미 같은 토종 민물고기들은 대단하다. 자기네가 자꾸 죽으니까 스스로 살려고 작아도 알을 낳고 부화한다”고 말했다. 이씨 부부와 어민들은 강의 강인한 생명력을 믿는다.

임진강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어부 이형배 씨와 이화섭 씨.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임진강에서 고기잡이를 하고 있는 어부 이형배 씨와 이화섭 씨.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연천군 삼곶리, 댑싸리공원

몽환적 핑크빛으로 핑크뮬리와 함께 사진 찍기 좋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쌍떡잎식물 댑싸리. 댑싸리는 가을이 되면 녹색에서 선홍빛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임진강을 따라 북쪽으로 한참 올라가면 연천군 중면 삼곶리에서 댑싸리 2만여 그루로 눈 호강을 할 수 있는 공원이 나타난다. 이름 그대로 댑싸리공원. 이곳은 수몰지역이지만 주민들이 지혜를 발휘해 수변 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마을 주민들이 합심해 직접 밭을 갈고 꽃을 심어 가꿨다. 반응은 기대 이상. 올해 댑싸리공원을 찾은 관광객이 13만명에 이른다. 댑싸리공원 인기가 높아지면서 자본의 유혹도 커질 법 하지만 주민들은 개발보다는 자연과의 공존을 원한다. 최병남 이장은 “많은 기업이 들어오고 싶어도 우리가 반대한다. 그런 기업이 들어오면 자연이 망가진다”고 말했다.

댑싸리 공원을 둘러보고 있는 삼곶리 이장 최병남 씨.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댑싸리 공원을 둘러보고 있는 삼곶리 이장 최병남 씨.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연천군 황산리, 율무두루미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10월 말이면 월동지를 찾아 수천㎞를 여정 중인 두루미가 한반도에 기착해 오매불망 찾는 메뉴가 있다. 바로 율무다. 율무는 두루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전국 율무 생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천을 두루미가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연천군 중면 황산리에 사는 서기호씨가 매년 이맘때면 마른 논밭에 율무를 뿌리는 이유다. 서씨와 마을주민들의 정성에 두루미가 보답이라도 하는 듯 연천은 두루미 천국으로 불린다. 지난해 겨울 두루미 383마리, 재두루미 865마리가 연천을 찾았다. 황산리 설원을 수놓는 고고한 자태의 두루미떼 풍경은 장관을 이룬다. 서씨는 “두루미는 한번 먹이를 주면 이듬해 또 날아온다. 우리를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율무 농사로 먹고사는 인간과 그 율무를 겨울 서식지로 삼는 두루미가 공존하는 황홀한 광경이다.

두루미 먹이를 주고 있는 서기호 연천지속가능발전위원회 회장과 동료들.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두루미 먹이를 주고 있는 서기호 연천지속가능발전위원회 회장과 동료들.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빙애여울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두루미.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빙애여울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두루미. 한겨레TV <공존의 땅 DMZ> 화면 갈무리
남북 대치 국면의 부산물로 생겨난 경계의 땅 디엠지. 70년째 얼어 있는 그 고립무원에서도 생명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며 땅에 기운을 불어넣는다. 자연은 다시 한 번 인간에게 품을 내줬고 그 안에 둥지를 튼 사람들은 새로운 삶의 양식을 만들었다. 바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삶이다.

지난 9월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 동안 이를 논의하는 ‘2023 디엠지 오픈 에코피스포럼’이 김포애기봉평화생태공원과 킨텍스에서 열렸다. DMZ 오픈페스티벌 공동위원장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소설 ‘토지’ 작가 박경리 선생님이 ‘원금은 건드리지 말고 이자만 갖고 살아봐’라고 한 줄로 핵심을 정리한 적이 있다. 환경이라는 원금은 건드리지 말고 거기서 나오는 것만 갖고 겸허하게 살라는 거다. 우리가 이렇게 할 수 있다면 적어도 후손들이 우리보다 더 나빠진 환경에서 살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콘텐츠는 경기도, 경기관광공사, DMZ오픈페스티벌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프로듀서 | 이경주 김도성

취재 | 김정필 조성욱

내레이션 | 임미정 (DMZ 오픈페스티벌 총감독)

통 역 | 엄윤진

행 정 | 김양임

촬영협조 | 해병대2사단, 육군 1사단 9사단 25사단 26사단 28사단, 노현기 임진강지키기파주시민대책위

자료영상 | 연천군청, 노영대 전 문화재전문위원, 정수구

촬 영 | 장승호 권영진 문준영

음 향 | 박성영 장지남

음악/믹싱 | 남대원 (토마스튜디오)

그래픽자막 | 김수경

종합편집 | 문석진

글 | 황별이

연 출 | 조성욱

제작지원 | 경기도, 경기관광공사

제 작 | 스튜디오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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