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의 ‘짠한 형’의 음주 장면. 유튜브 갈무리
최근 유튜브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이른바 ‘술방’(술을 마시면서 진행하는 방송)이 큰 인기를 끌자, 정부가 ‘술방’에 시청 연령을 제한하고 경고 문구를 삽입하라고 권고하고 나섰다. 청소년들이 이 같은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면 모방심리를 자극해 음주 문화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30일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절주 문화 확산을 위한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 개정판을 공개했다. 2017년 제정 당시 10개 항목에서 2개 항목을 늘렸는데 이번에 새로 추가된 항목은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는 연령제한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해야 한다’,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장면에서는 경고 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알려야 한다’ 등이다.
조현아의 ‘목요일 밤’의 음주 장면. 유튜브 갈무리
앞서 래퍼 이영지가 ‘차린 건 없지만’(2021) 후속으로 선보인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2022)이 성공한 이후 술 마시며 얘기하는 유튜브 콘텐츠가 우후죽순 늘었다. 대표적인 ‘술방’으로는 신동엽의 ‘짠한 형’, 조현아의 ‘목요일 밤’, 성시경의 ‘먹을텐데’, 풍자의 ‘풍자애술’, 기안84의 ‘술터뷰’ 등이 있다. 술방에서는 연예인들이 술에 취해 조는 모습을 보이거나 만취해 게스트에게 무례한 모습을 보여 논란이 되기도 했다. 또 일부 콘텐츠에서는 술 피피엘(PPL·간접광고)도 자주하고 있다.
성시경의 ‘먹을텐데’의 음주 장면. 유튜브 갈무리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는 미디어에서 음주 장면을 자주 접할수록 더 많은 양의 술을 더 자주 마시게 된다고 지적한다. 특히 청소년이 음주 장면을 자주 접하다 보면 음주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되고 따라서 음주를 시작하는 연령도 빨라지게 된다고 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앞으로 이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 단계부터 음주장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방송국 등과 협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번 개정이 음주에 관대한 미디어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가이드라인은 강제 사항이 아니고 권고 수준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래는 ‘절주 문화 확산을 위한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 개정판 전문.
1. 음주 장면을 최소화해야 하며,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면 넣지 말아야 합니다.
2. 음주를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3. 음주와 연관된 불법 행동이나 공공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묘사해서는 안됩니다.
4. 음주와 연계된 폭력·자살, 선정적 행위 등의 위험행동을 묘사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5. 청소년이 음주하는 장면은 묘사해서는 안 되며, 어른들의 음주 장면에 청소년이 함께 있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도 매우 신중히 해야 합니다.
6. 연예인 등 유명인의 음주 장면은 그 영항력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묘사해야 합니다.
7. 폭음·만취 등 해로운 음주 행동을 묘사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8. 음주 장면이 주류제품을 광고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9. 음주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무시하는 장면은 피해야 합니다.
10. 잘못된 음주 문화를 일반적인 상황으로 묘사해서는 안 됩니다.
11.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콘텐츠는 연령제한 등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의 접근성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12. 음주 행위를 과도하게 부각하거나 미화하는 장면에서는 경고문구 등으로 음주의 유해성을 알려야 합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