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소아과(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연합뉴스
중국서 어린이 폐렴 환자가 급증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환자가 최근 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신종감염병일 가능성은 낮으나 코로나19가 지나서 더 강하게 유행할 수 있다”며 고위험군의 마스크 착용 등 주의를 당부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9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급증하는 어린이 폐렴에 대해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2, 3년에 한 번 정도씩 심하게 유행하는 폐렴이다. 마이코플라스마 세균에 의한 폐렴”이라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7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으로 입원한 환자가 10월 셋째 주(10월15∼21일) 102명에서 이달 둘째 주(11월5∼11일) 226명으로 2.2배 늘었다고 밝혔다. 1∼12살 어린이가 전체 환자의 79.6%를 차지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균 감염증은 호흡기 감염증으로 코로나19·인플루엔자(독감) 등과 함께 제4급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돼있다. 발열·두통·콧물·인후통 등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지만, 약 3주간 지속된다. 환자의 기침 등으로 나오는 비말(침방울)·콧물이나 환자와의 직접 접촉을 통해 전파된다고 한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동안에 마스크 착용이나 이런 것 때문에 유행을 안 했었다. (코로나19가) 지나고 나서 유행을 하니까 전반적으로 예전보다 훨씬 더 강하고 많이 유행을 하는 그런 패턴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최근 유행에 대해 짚었다. 그는 “코로나19 동안에 많은 아이들이 감염도 안 됐었고 또 그사이에 3년 정도 동안 신생아들이 계속 태어났다. 이런 아이들은 아예 이 세균에 노출된 적이 없으니까 감염이 될 만한 아이들이 상당히 많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며 “이 세균에 경험이 없다 보니까 중증으로 진행하는 아이들도 꽤 많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중국 유입 가능성에 대해서 이 교수는 “명확하게 알 수는 없는데 중국이 먼저 유행하고 국내로 유입되면서 국내 유행이 확산됐던 적들이 여러 번 있기 때문에 아마도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신종감염병일 가능성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엔 이 교수는 “중국의 리포트들을 보게 되면 새롭게 원인 바이러스나 세균이 검출된 거는 없다고 얘기가 나와서 아마 신종감염병은 아닐 것 같기는 하다”며 “(WHO가 중국 정부에 관련 정보를 제출할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는데)신종감염병이 아닌지에 대해서 우려를 불식시키면 좋겠다는 취지로 이야기가 된 것 같다”고 했다.
치료와 관련해선 “이 폐렴에 마크로라이드라는 항생제를 가장 많이 썼지만 지금은 이 항생제에 내성을 띤 세균이 유행하고 있어 치료가 조금 어렵고 까다롭다”고 했다. 이 교수는 “아이들한테 유행이 심할 때 엄마 아빠들이 걸려서 성인내과에도 꽤 입원을 하게 된다”고 어른도 안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예방 백신이 없는 질병이어서 손씻기 등 감염병 예방 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교수는 “전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된다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 호흡기 바이러스랑 세균이 전파되는 가장 좋은 시기니 고위험군들은 마스크 착용을 되도록 해야 될 것 같다”며 “호흡기 증상이 있으신 분들이 일단은 마스크 착용하든 아니면 외출을 삼가셔서 다른 분에게 전파되는 상황들을 막아주는 게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고 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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