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노동자들이 경비원 감원 저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채운 기자
지난 3월 관리소장 갑질을 호소한 뒤 숨진 경비노동자가 있던 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가 노동자 50% 감축을 예고했다. 최근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도 경비노동자를 절반 가까이 줄이기로 하는 등 이들의 생계가 곳곳에서 위협받고 있다.
28일 오전 선경아파트에서 기자회견을 연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 설명을 들어보면, 아파트 관리소 쪽은 내년 1월까지 경비원 인원 76명을 33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장에서 이현미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주민총회나 투표 거치지 않고 설문조사만으로 이뤄진 감원은 법적 효력 없다”며 “경비노동자 단기계약 일자리마저 빼앗는 행위는 갑질과 괴롭힘”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아파트 주민들은 숨진 경비노동자 사건을 계기로 관리소장을 비호하는 입주자대표회장 ㄱ씨에 대한 해임을 가결했지만, 노동자 사망으로 수세에 몰렸던 관리소장은 도리어 기존 경비노동자 감축에 나선 것이다. ㄱ씨의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이 여전히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말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도 내년 1월부터 아파트 경비노동자를 109명에서 57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축하기로 의결했다. 두 아파트 모두 주민투표가 아닌 설문조사를 통해 경비노동자 감축에 나섰다는 공통점이 있다. 경비노동자 감축안이 통과되기 쉽도록 모든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동의 여부를 투표받는 대신, 설문조사해 근거를 모으는 식이다. 민주노총은 “아파트 쪽은 관리규약상 주민총회(주민투표)가 아닌 설문조사를 통해 경비원 감원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며 “설문조사는 공동주택 관리법이나 관리규약 상의 효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 ‘꼼수’”라고 비판했다.
다만 아파트 주민들 중에서도 대체로 경비노동자 감축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나뉘면서, 절차적 문제 외에 이들의 고용 유지에 특별히 힘이 실리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날 선경아파트에서 만난 주민들도 “아파트에 노인 인구가 많아 감축안 절대 반대”, “새로 짓는 아파트는 무인화된 곳 많은데 관리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고 싶다” 등으로 의견이 갈렸다.
28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과 소속 경비원들이 경비원 감원을 저지하기 위해 대치 선경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들어가는 모습. 김채운 기자
윤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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