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동안 지적장애인에게 월급 한 푼 주지 않고 일을 시키고 국민연금 수급액까지 가로챈 김치 공장 사장에게 징역 3년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지난 9일 준사기,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ㄱ(71)씨의 상고를 기각해 징역 3년과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ㄱ씨는 2005년 3월부터 2021년 9월까지 16년6개월동안 중증 지적장애인 ㄴ(68)씨에게 월급을 주지 않은 채 주 6일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배추 운반, 김치 절임, 청소 등의 일을 시킨 혐의를 받았다.
16년 동안 ㄱ씨가 ㄴ씨에게 미지급한 임금은 최저임금 기준으로 2억1천만원에 이른다. ㄱ씨는 ㄴ씨의 퇴직금 2천100여만원도 지급하지 않았고, 심지어 ㄴ씨 통장에서 국민연금 수급액 1천600여만원을 임의로 출금해 사용하기도 했다. ㄱ씨는 이 과정에서 ㄴ씨를 “임금을 매달 통장에 입금하고 있다. 나이가 더 들어 양로원에 들어갈 때 한 번에 주겠다”고 속이기도 했다. 아울러 ㄴ씨가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하고 나체 상태로 30분간 회사 부근을 걷게 하는 등 학대한 혐의도 받는다.
박씨는 “연고가 없는 ㄴ씨를 장기간 가족처럼 돌봐와 근로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ㄱ씨가 처음 ㄴ씨를 고용할 때부터 “지적장애로 임금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할 것”을 노린 것으로 파악했다. ㄱ씨는 1999년께 김치 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노동자로 ㄴ씨를 처음 알게 됐다. ㄴ씨는 전 직장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아 왔으나, 2005년부터 ㄱ씨가 인수한 김치 공장에서 일하며 착취당하기 시작했다.
박씨는 ‘미지급 임금 산정’과 관련해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의 임금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산정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저임금법에서 정신장애 노동자에 대해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박씨가 최저임금 예외 적용을 위한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ㄱ씨는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기소된 뒤 ㄴ씨에게 손해배상금 명목으로 3천만원을 공탁하고 국민연금 횡령액 1천600여만원을 돌려줬다는 이유로 2심에서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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