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삼일대로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 제공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트랜스젠더의 입원 등 의료기관 이용과 관련 별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보건복지부가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1월13일 법적 성별과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환자의 진정 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트랜스젠더를 위한 의료서비스를 개선하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
이에 복지부는 “모든 트랜스젠더의 사정 등을 사전에 예측하여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법원의 성별정정 결정 여부, 환자가 느끼는 성 귀속감, 성전환 수술 여부, 전환된 성으로서의 역할 수행 기대 등 다양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원실을 배정하도록 안내하였다”고 회신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안내문은 이미 성전환 수술을 하였거나 법원으로부터 성별정정 허가를 얻은 트랜스젠더 환자에게 주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고, 본 진정사건의 진정인과 같이 법적 성별과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환자는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권고를 불수용했다고 봤다.
인권위는 또한 “보건복지부가 안내한 고려사항이 주관적이고 포괄적이어서 병원마다 다르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일선 병원에서 트랜스젠더가 의료 서비스 이용시 불이익을 당할 여지가 있다”며 “보건당국이 트랜스젠더가 겪는 차별에 대한 이해와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5조의2에서 입원실은 남녀별로 구별하여 운영하도록 규정해, 트랜스젠더는 의료 서비스에서 배제되거나 다른 환자에 비해 필요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복지부는 대한병원협회에 안내한 공문에서 ‘법적 성별과 본인이 인식하는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에게 1인실 이용을 권고하도록 했는데, 인권위는 추가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1인실 이용이 불가능할 경우에 대한 고려가 없어 이에 대한 세부지침이 필요하다고 봤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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