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되나요?
2002년 11월 서울 지하철 아현역 근처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던 이아무개(39·서울 역촌동)씨는 가게를 팔면서 쓰던 전화번호를 명의변경하기 위해 가게 인수자와 함께 신촌전화국을 찾았다. 두 사람의 신분증과 신청서류를 확인한 담당 직원에게서 “접수됐다”는 얘기를 들은 이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1년여 뒤 수원에 보석가게를 새로 낸 이씨에게 채권추심기관에서 “밀린 전화비 37만7천원을 내라”는 독촉장이 날아왔다. 화가 난 이씨가 가게 인수자와 함께 신촌전화국을 찾아가 따지니 “명의변경이 안 돼 있고, 전화요금 1년치가 밀린 상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씨는 담당자의 사과와 함께 시정 약속을 받고는 전화국을 나왔다.
하지만 전화국 쪽의 막무가내식 행태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해 여름 또 독촉장이 날아왔고 이씨는 다시 전화국을 찾아야 했다. 급기야 이번달 20일에는 얼마 전 융자를 안고 산 빌라를 가압류하겠다는 무시무시한 통첩장까지 날아왔다. 전화로 자초지종을 따지는 이씨에게 전화국 쪽은 “언제 명의변경을 했느냐”고 되물으며 “사정은 딱하지만 돈은 내야 한다”는 강압적 태도를 보였다.
이씨는 “전화국의 거듭된 협박에 너무 화가 났다”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는 28일 “나 같은 피해자가 또 있을 것 같다”며 “이번에 전화국 쪽의 태도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의 취재가 시작되고서야 전화국 쪽은 이씨의 집까지 찾아가 사과를 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신촌전화국 담당자는 “고객 관련 사항을 제대로 관리 못해 이씨에게 피해를 준 건 사실”이라며 “밀린 요금은 당시 가게 인수자에게 청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객을 무시한 전화국의 배짱영업에 무고한 소비자는 2년 넘게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시달려야 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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