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구치소 등 교정시설 내부 마약 반입 등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마약 범죄로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를 받던 30대 남성이 구치소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는 최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과 절도 혐의로 최아무개(36)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지난 4월 서울구치소 7동 근무자실 책상 위에 있던 졸피람 10㎎ 3정, 자나팜 1㎎ 3정, 바리움정 5㎎ 1정, 루나팜 1㎎ 2정 등 향정신성 의약품 20여 정을 죄수복 상의 주머니에 넣어 빼돌린 뒤 귀마개통과 나무로 된 배식구 위에 보관한 혐의를 받는다.
졸피뎀 성분인 졸피람과 플루니트라제팜 성분의 루나팜, 디아제팜 성분의 바리움정은 모두 우울증 등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약으로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최씨는 2019년 3월 서울중앙지법에서 마약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했지만 최근 다시 마약류 범죄를 저질러 구속돼 3건의 마약 관련 재판을 받는 중에 또 마약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유 판사는 “범행 수법과 수감 중 범행인 점, 마약에 대한 의존성을 고려해 죄질이 매우 중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훔친 향정신성의약품의 양이 많지 않은 점을 유리한 점으로 참작했다”고 밝혔다.
교정시설 수용자의 정신건강은 일반 인구에 비해 취약해 향정신성의약품이 빈번하게 사용되는데, 이같은 약품을 보다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구금시설 수용자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을 보면 11.5%가 경미한 우울증, 19.8%가 심각한 우울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소자의 우울증 유병률은 일반인구의 2∼4배에 이른다.
최근에는 교정 시설 외부에서 우편을 통해 마약을 반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무부가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기도 했다.
광주교도소는 지난 10월 수용자에게 온 등기우편물 검사과정에서 우편물 안에 은닉한 마약(펜타닐) 약 3g을 적발하고, 공범 등 11명을 입건해 검찰에 넘겼다. 지난 8월 서울구치소에서도 수용자의 마약 매매 알선행위를 적발됐고, 9월 인천구치소에선 신입 수용자 물품에서 마약(메스암페타민 3.63g)을 적발했다.
법무부는 “최근 교정시설 내 마약 반입이 은밀하고 교묘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정보수집을 강화하고 있으며, 마약류의 교정시설 내 보관·반입물품 검사를 강화해 마약류의 교정시설 반입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며 “마약사범 치료프로그램 개선, 마약사범 전담 재활 교정시설 운영 등 마약사범에 대한 재활치료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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