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온 난민신청자들이 2022년 7월11일 오후 정부과천정사 앞에 ‘텐트농성’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난민 심사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법무부 장관에게 난민심사관을 늘리고 난민위원회를 상설화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집트 국적의 ㄱ씨가 낸 진정에서 난민 심사가 5년째 지연된 문제와 관련해 피진정기관인 법무부에 난민전담 공무원의 전문성 확보를 위한 자격기준을 마련하고, 난민심사관을 대폭 증원하라고 권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인권위 설명을 들어보면, ㄱ씨는 2018년 8월 난민신청을 했지만 법무부의 지연 심사로 5년간 불안정한 체류 자격으로 살고 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난민 신청 후 3년 뒤인 2021년 7월에서야 첫 면접 심사를 받았고, 같은 달 19일 난민 불인정 통지를 받았다. 다음달 이의신청을 냈지만, 인권위 진정 뒤인 올해 7월에서야 ㄱ씨는 난민 인정을 받았다. 인권위는 ㄱ씨의 피해 복구가 이뤄졌다며 해당 진정은 기각했다. 법무부는 난민 심사 자체는 순차적으로 이뤄졌지만, 코로나19로 대면심사가 지연된 면도 있었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다만 인권위 침해구제제2위원회(위원장 이충상 상임위원)는 난민 심사가 공정하고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난민심사관 증원 등을 법무부에 정책 권고했다. 또 난민 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심사가 신속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난민위원회 상설화와 위원 확대도 권고했다.
현행 난민법(8조4항)과 시행령(6조)에서는 난민 신청자에 대한 조사와 면접을 실하는 난민심사관의 자격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법 시행령 7조에서는 별도의 자격 요건 없이 난민심사 당국의 업무분장에 따라 지정된 ‘난민전담공무원’도 난민인정심사 관련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권위는 “별도의 자격요건 없이 업무분장만으로 난민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난민 면접조사의 주체로 운영하는 것은 난민신청자의 ‘정상적으로 심사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법원 판결(2017구단4294)에서 “면접절차가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진행되었고, 필수적으로 진행했어야 할 박해에 관한 질문이나 난민면접조서 확인절차가 누락되거나 형식적으로 이루어졌으며, 원고의 진술조차 왜곡돼 면접조서에 제대로 기재되지 않았다”고 한 바 있다.
현재 전국의 난민심사관 및 난민전담 공무원은 난민심사관 4명을 포함해 총 9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2022년 말 난민심사 대기 건수는 1차 심사 1만1063건, 이의신청 심의 4888건으로, 난민전담 공무원 1인당 177건가량이다. 본부의 난민전담 공무원 23명 중 15명은 이의신청 사건에 대한 조사를, 나머지 8명은 재정착 난민업무 등을 전담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1인당 사건 부담은 더해진다.
난민위원회 역시 15명의 비상임 위원으로 구성된 비상설기구로, 위원들의 겸직 상황, 회의 소집의 어려움 등으로 이의신청에 대한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어렵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인권위는 상설화된 기구가 필요하다고 봤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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