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은 세계 화장실의 날
게티이미지뱅크
‘세계 화장실의 날’인 19일 서울 광화문의 한 화장실 변기 칸에는 “변기가 욱한다(막혀 넘친다)”며 변기에 휴지를 넣지 말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정부가 화장실 청결을 이유로 공중화장실 변기 칸 안에는 휴지통을 없애도록 한 지 5년이 넘게 흘렀지만, 여전히 많은 민간 화장실에선 ‘변기 막힘’ 탓에 휴지통을 치우지 않고 오히려 ‘휴지통에 휴지 넣기’를 안내 중이다.
정부 정책과 실제 현장의 차이로 인해 이용객들도 휴지 처리를 두고 혼선을 느낀다. 직장인 김아무개(32)씨는 “변기에 휴지를 넣지 말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어떤 화장실에선 또 넣으라고 한다”며 “휴지통이 없더라도 위생수거함이 쓰레기로 가득해 더러운 경우도 잦다”고 말했다. 남자 화장실은 위생용품 수거함조차 없다 보니 변기 칸 내에 휴지나 쓰레기가 무분별하게 버려지곤 한다.
지금처럼 물에 잘 풀어지는 휴지가 보급되기 전인 1970년대만 하더라도 신문지나 달력 등이 휴지 대용으로 사용됐다. 이것들이 물에 잘 풀어지지 않았고, 수압도 약해 변기가 막히는 문제가 자주 발생하면서 변기 칸 안에 휴지통이 놓였다. 휴지통 등장 이후엔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휴지 때문에 화장실 위생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때문에 1988년(서울 올림픽게임), 2002년(한일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앞두고 정부는 공중화장실 청결을 집중적으로 관리하기도했다.
변기 칸 내 휴지통 없애기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추진됐다. 2018년 1월 공중화장실법 시행령에서 면적 2000㎡ 이상 건물 화장실엔 변기 칸 안에 휴지통을 두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 이후로 공중화장실 변기 내에서의 청결이 개선됐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변기 막힘’ 등 관리 차원에서의 문제는 물티슈 사용이 빈번해진 뒤로 아직 해결되지 못한 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2019년 서울시 공중화장실 관리인 396명을 상대로 한 설문에서 화장실 관리가 어려운 이유 중 ‘이물질 투입’ 등 문제가 52.5%(208명)로 가장 높았다.
정부도 막힘으로 인해 공중화장실 관리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지만, 물티슈 사용을 금지한다거나 물에 녹는 물티슈의 사용만 강제할 수도 없어 시민 인식 개선에만 기대고 있다. 행정안전부 주소생활공간과 관계자는 “시민들이 물티슈를 쓰는 것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 대신 휴지가 아닌 물질을 쓸 때는 변기 밖에 놓인 휴지통에 넣어줘야 한다”며 “별도 안내 스티커를 붙여 물티슈는 변기에 넣지 말라는 인식 개선 활동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서울 광화문 한 건물 화장실 변기 칸에 붙은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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