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 발견된 박쥐.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송아무개(33)씨는 지난달 중순 자신의 아파트 방충망에 박쥐가 붙어있는 걸 발견했다. 송씨는 “막대로 박쥐를 두들겨도 날아가지 않길래 며칠을 두고 봐야 했다”며 “서울에서 박쥐를 본 건 처음이었다. 약간 더운 날씨였는데도 혹시나 바이러스가 전파될까봐 창문도 열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한복판에서 박쥐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의 한 고층 아파트에서도 박쥐가 방충망에 매달려 있다가 주민에게 발견됐다. 2020년 무렵엔 인천·시흥·고양 등 도시 지역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박쥐가 많이 발견돼 이를 없애달라는 민원이 이어지기도 했다.
전문가 설명을 들어보면, 박쥐는 보통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동면기를 맞는다. 이때문에 최근 발견된 박쥐는 겨울잠을 자러 이동하던 중 아파트가 있어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박쥐들로 보인다. 도심의 건물 틈 등에 사는 집박쥐나 안주애기박쥐 등은 높게 날면서 이동하기 때문에 고층 아파트에서 포착될 수 있다고 한다.
박쥐전문가인 김선숙 국립생태원 박사는 “산림이 밀집된 지역이나 동굴이 분포된 곳에 비해 도심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많진 않지만 민가 근처에 서식하는 ‘주거성 박쥐’가 있다. 눈에 띄진 않지만 콘크리트의 틈이나 교각 밑 등에서 늘 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 서식하는 박쥐는 20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곤충을 먹는 ‘식충성’ 박쥐다.
서울시 야생동물센터에서는 “박쥐 신고가 보통 1년에 13~14회 들어오고 동면기에 아파트 방충망이나 가로수에서 쉬다가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박쥐를 구조해 치료한 다음에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며 박쥐 발견시 센터 쪽에 신고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박쥐가 근처에 있다고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는 있다. 김 박사는 “손으로 잡으면 바로 물리니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영신 한국박쥐생태보존연구소 박사는 “바이러스 감염 우려는 적지만, 우려된다면 발견 장소를 소독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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