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커 다이슨 헤어케어부문 제품개발 총괄이 지난 10월12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다이슨 코리아 기자간담회에서 신제품 ‘다이슨 에어스트레이트 스트레이트너’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가전제품 기업 다이슨을 향한 한국 소비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제품 가격대가 높은 편인데도 한 번 수리를 맡기면 몇 달을 기다리게 하는 등 애프터서비스가 미흡한 탓이다. 특히 국내에서 품절 사태를 빚는 등 인기가 좋았던 ‘에어랩’ 등 헤어기기 관련 작동 이상 신고가 많았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올해 들어 10월까지 접수된 다이슨 관련 소비자 불만이 864건으로 전년 동기(518건) 대비 67% 증가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지난 한 해 동안 접수된 소비자 불만(628건)을 훌쩍 넘기는 수준이다.
원인별로 살펴보면, 사후 관리 미흡이 583건(62%)으로 가장 많았다. 품질 불만이 142건(16%), 계약 해지(청약 철회) 관련이 70건(8%), 계약불이행이 55건(6%) 등으로 나탔다. 제품별로는 다이슨 대표 상품인 헤어기기 관련 불만이 572건(66%)를 차지했고, 청소기 181건(21%), 공기청정기 65건(8%), 기타 46건(5%) 등이다. 헤어기기는 전원불량으로 인한 신고가 많았고, 청소기는 급격한 배터리 소진으로 인한 작동 시간 부족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슨 공식 누리집 내 고객지원 관련 페이지에는 다이슨 제품에 대해 2년 간 무상 보증과 72시간 내 수리를 약속한다는 내용이 올라와있다. 다이슨 누리집 갈무리
한국소비자연맹이 공개한 소비자 피해 사례를 보면 대개 다이슨 제품의 무상 품질보증기간인 2년 이내에 고장이 의심돼 수리를 요청했다가 한 달이 넘도록 수리가 이뤄지지 않아 신고한 경우가 많았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고객이 품질보증 기간 이내에 수리를 맡기면 한 달 내에 수리된 제품을 돌려주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같은 종류의 제품으로 교환 또는 환불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다이슨은 수리에 필요한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한 달 넘도록 수리를 지연하며 수리 소요 기간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비자의 경우 길게는 8개월을 기다린 걸로 나타났다.
또 품질보증기간 내에 갑자기 애프터서비스 정책이 변경됐다며 리퍼교체 비용을 인상하거나 리퍼제품으로의 교체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새 제품 구매를 유도했다는 신고도 반복적으로 접수됐다. 리퍼제품으로 교체해준다고 약속한 뒤 돌연 말을 바꿔 정책 변경으로 교체해줄 수 없으니 30% 할인 쿠폰으로 새 제품을 사라고 권유받은 경우도 있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공정거래위원회에 글로벌 기업에 의한 소비자피해 예방 감시체계와 관련한 제도 개선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체는 “다이슨은 수리 지연뿐 아니라 공식적인 피해구제 요청에도 묵묵부답이거나 장시간 처리를 지연하는 등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으로서 브랜드 인지도에 맞게 소비자 불만에 귀 기울이고 신속한 피해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국내 소비자정책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