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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상 첫 ‘교도소 수능’이 치러지고 있다…소년 수용자 10명의 도전

등록 2023-11-16 10:54수정 2023-11-16 11:15

김종한 만델라 소년학교 교장 라디오 인터뷰
2024학년도 수능을 이틀 앞둔 14일 오전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 수용자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2024학년도 수능을 이틀 앞둔 14일 오전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 수용자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서울 구로구 제13지구 제6시험장’. 교도소 안에 설치된 첫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장이다. 16일 이곳에서 파란색 수감복을 입은 소년 수용자 10명이 2024학년도 수능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들은 서울남부교도소에 있는 ‘만델라 소년학교’ 학생들이다. 만델라 소년학교는 법무부가 올해 3월 개설한 만 15~17살 소년 수용자 교육시설이다. 지난 8월 이 학교 27명이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이 가운데 10명이 오늘 수능을 치르는 것이다. 학교명은 노벨 평화상을 받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이름에서 따왔으며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는 만델라 대통령의 말을 교훈으로 삼고 있다.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 학생인 한 소년 수용자가 2024학년도 수능을 준비한 모습.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 학생인 한 소년 수용자가 2024학년도 수능을 준비한 모습.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갈무리

이 학교 교장을 맡고 있는 김종한 서울남부교도소 사회복귀과장은 이날 오전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사상 첫 ‘교도소 수능’을 치르는 소년 수용자들이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한 명씩 손을 잡아줬다고 전했다. 김 교장은 “가족 등 외부인들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 제가 직접 손을 잡아주고 어깨를 두드려줬다”며 “한 명씩 손을 잡고 ‘수능이라는 시험이 부담이 되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멋있는 도전을 이제부터 시작해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소년 수용자들은 다들 ‘열심히 하겠다’며 기분 좋게 시험장에 들어갔다고 김 교장은 전했다.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 입구에 적힌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명언. 연합뉴스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 입구에 적힌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명언. 연합뉴스

이날 수능을 치르는 소년 수용자는 모두 10명이지만 애초 수능에 도전하겠다는 나선 이들은 3~4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김 교장은 “‘우리가 전과자인데 무슨 대학이냐’ 하면서 패배의식에 젖어 3~4명밖에 지원을 하지 않았다”며 “‘지금 이 시험이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이런 시험을 포기하는 것은 또 다른 패배자가 될 수 있다’ 등의 말로 설득을 해 10명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 수험생에 견줘 기본기가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 ‘성적이 좀 올랐냐’는 진행자의 말에 김 교장은 “수능반을 시작한 지 2개월 남짓이고 대부분 기초가 튼튼하지 않아 성적이 올랐다는 말을 하기에는 좀 조심스럽다”며 “처음 수능 모의고사를 치렀을 때 수학을 한 문제도 풀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수학은 ‘빵점’이 거의 대부분이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수능 당일은 달랐다. 김 교장은 “오늘 시험장에 들어가면서 ‘한 문제라도 풀어보겠습니다’ 하면서 의욕을 보이는 모습을 보고 참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로 소년 수형자 가운데는 모의고사에서 영어 2등급을 받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선 전과가 있는 소년 수용자들에게 세금을 들여 특혜를 줘도 되느냐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장은 “이런 시각도 이해는 하지만, 출소 뒤 범죄의 길이 아닌 일반적인 사회인으로 살아간다면 제2,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좀 넓은 마음으로 바라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만델라 소년학교에는 국어·수학·영어·한국사 등 과목 수업뿐 아니라 범죄 피해자에게 반성문을 쓰는 시간도 있다고 한다.

만약 소년 수용자들이 수능 이후 대학에 진학하고 싶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 대학에 지원해 합격했을 경우 출소 때까지 휴학계를 내 입학을 늦추거나, 형이 많이 남은 경우 방송통신대학교 수업을 듣는 등 교도소에서 고등교육도 받을 수 있다. 김 교장에 따르면 소년 수용자들은 수의사, 인테리어 전문가, 소방관 등의 꿈을 키우고 있다.

13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내 교육시설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수 10명이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내 교육시설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소년수 10명이 수능 공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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