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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요양병원장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경찰이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은 “극소량만 희석해서 사용해야 하는 염화칼륨을 희석하지 않은 원액 상태로 환자들에게 투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원장 변호인은 “수사 중인 사항이라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서부지법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피해자 사망 시점으로부터 수년이 지나 피해자들의 직접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고, 행위 자체에 대한 직접증거가 부족해 범죄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요양병원장 이아무개(45)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송 부장판사는 공범으로 지목된 이 병원 행정부장 ㄱ(45)씨의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대장 김기헌)는 2015년 자신이 운영하던 요양병원에서 전염성 질환인 결핵에 걸린 80대 여성 환자와 60대 남성 환자에게 염화칼륨(KCL)을 투여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이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염화칼륨은 일부 국가에서 사형 집행에 쓰이는 약물로 알려져있다.
경찰은 당시 병원에 근무했던 직원으로부터 “병원장이 염화칼륨을 받아간 뒤 환자들을 단독진료했고, 이후 전혀 사망할 상황이 아니었던 환자가 숨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의료 목적으로 쓸 땐 염화칼륨 소량을 희석해서 쓰는데, 경찰은 이들이 원액을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환자 2명이 숨진 직후엔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현재 정확한 사인은 입증이 어려운 상태다.
경찰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으로 격리병동 설치 등에 분주했던 이씨가 결핵 환자 발생으로 경영난이 가중될 것을 우려해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요양병원장은 때마침 병원을 확장 이전하느라 대출을 많이 낸 탓에 금전적으로도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당시 정황과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증거·진술로 충분히 혐의가 인정된다”며 “80대 여성 환자의 경우 사후에 결핵이 없었던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조작하기도 했다. 기각 사유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병원장 담당 변호인은 한겨레에 “수사 중인 사항이라 별다른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