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지난달 24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웅 의원이 손준성 검사에게서 고발장을 건네받았다’고 보도했던 기자가 ‘고발사주 의혹’ 재판 마지막 증인으로 출석해 ‘그런 취지의 내용을 김 의원에게서 들었다’며 기사가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해당 증언을 토대로 ‘손 검사로부터 고발장을 받은 사실이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김 의원 증언의 신빙성을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공판에 시비에스(CBS) 권아무개 기자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권 기자는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진 닷새 뒤인 2021년 9월7일 김 의원과 통화한 인물이다. 해당 통화 내용을 근거로 시비에스는 같은 날 오전 ‘
[단독] 김웅 “손준성한테 자료받아 당에 전달한 것 같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재판부는 “(당시 통화에서) 김 의원 발언을 ‘(손 검사장이 고발장 등을) 보낸 건 맞는데 말하기 곤란하다’로 이해했는가”라고 질문했고, 권 기자는 “전반적인 뉘앙스는 그랬다”고 답했다. ‘“그때 손 검사로부터 연락이 왔고 전달한 것 같다’는 김 의원 발언이 기억나는가”라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 질문에 권 기자는 “기억이 잘 안 난다”면서도 “‘손 검사가 저렇게 아니라고 하는데 내가 어떻게 (손 검사에게 받은 게) 맞다고 하는가’라는 취지의 얘기는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없는 사실을 기사로 쓰거나 (회사 후배에게 기사로 쓰라고) 전달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당시 김 의원이 놓여있던 ‘곤란한’ 상황도 드러났다. 권 기자는 “김 의원이 ‘(손 검사장에게 고발장을) 전달받아 보냈다고 하면 편해질텐데 그럼 친구 손준성과 윤석열 후보에게 영향 미칠 것 같다’, ‘(그렇게 말하면) 저를 당으로 끌어들인 유승민 후보에게 책임이 돌아간다’, ‘손 검사가 자기는 절대 보낸 적 없다고 부인하는데, (저 메시지가 부인해달라며)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 아닌가’ 등 자신의 난처한 처지를 설명했다”고 말했다. 권 기자는 “기자가 취재 내용을 법정 증언하는 것 자체가 언론 자유 침해”라며 공수처를 비판하기도 했다. 공수처 수사가 미숙해 기자가 증인으로 출석해 취재 과정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 7월 재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의원은 해당 기사 내용을 부인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은 “(권 기자와 통화 때) 가정을 해서 말한 것”이라며 “‘(손 검사장에게 고발장을) 받았다고 하면 (날 정치에 입문시킨) 유승민 캠프의 공작이라 할 거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재판부는 이날 권 기자의 증언을 통해 ‘손 검사장에게 고발장 등 관련 자료를 받은 게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김 의원 증언의 신빙성 여부를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한편, 손 검사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더불어민주당이 자신의 탄핵안을 재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판결 선고를 목전에 둔 이 시점에 탄핵 추진 의도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며 “어떤 정치적 공세가 있어도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성실하고 의연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다가오는 27일에는 손 검사장 피고인 신문이 진행된다. 선고는 이르면 내년 초 이뤄질 예정이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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