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비아그라’를 제조하는 기계(왼쪽)와 경찰이 압수한 가짜 비아그라 사진(오른쪽).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가짜 비아그라’를 만들어 유통한 일당을 검거했다. 이들은 중국에서 밀수입한 저렴한 원료로 직접 비아그라를 제조해 9억원가량의 부당 이득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시가 920억원 상당의 가짜 비아그라 등 불법 의약품 613만정을 제조하고 유통한 일당 24명을 붙잡아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16명을 약사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고, 연간 천만원을 넘겨 판매한 8명에 대해선 가중처벌 규정인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일당은 총책 ㄱ(66)씨 1명과 제조·유통을 담당한 3명, 판매책 17명, 부자재를 공급한 2명, 제조를 방조한 1명으로 구성됐다. ㄱ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중국에서 밀수입한 원료로 식약처의 허가 없이 비아그라 등을 제조하고 유통한 혐의 등을 받는다. 일당이 얻은 범죄 수익은 9억원가량이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비아그라의 제조 원가가 166원으로 저렴한 것을 이용해 원료를 직접 구한 뒤 임의 비율로 제조했고, 이를 233원에 소매상에게 넘겼다. 공범인 소매상들은 시골 농가·공사장 인부들·유흥업소 종사자 등에게 정당 최대 천원에 판매하는 등 시중에 유통했다. 현재 정품은 1정당 1만5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ㄱ씨는 사업차 중국을 수십회 왕래하던 중 “가짜 약 제조 판매가 돈벌이가 된다”는 얘기를 듣고 지인들과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한적한 시골 농가의 비닐하우스와 서울 소재 사무실에 설치한 제조공장을 적발하고 ㄱ씨 등 피의자들을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이들은 원료 물질뿐만 아니라 의약품 설명서, 포장 용기 라벨지 등도 밀수입했다. 특히 이들은 가짜 비아그라에 정품과 동일한 ‘VGR100’ 식별표시와 제조사명을 각인해 일반인이 보기에는 구별이 어렵게끔 했다. 검거 과정에서 경찰은 시가 13억3천만원 상당의 가짜 비아그라 8만8792정을 압수해 추가 유통을 막았다.
경찰 관계자는 “비아그라의 재료인 실데나필이 심장 혈관 확장제라 많이 복용하면 심장에 무리가 가는 등 부작용이 있다”며 “가격이 턱없이 싸다면 가짜 의약품으로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고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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