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건물의 모습. 연합뉴스
건설사들로부터 10억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감사원 간부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이민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를 받는 감사원 3급 공무원 김아무개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에 있어 피의자의 지위, 피의자와 희망나눔 등 관련 회사와의 관계, 공사도급계약의 체결의 경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의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피의자의 개입으로 공사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하나 상당수의 공사 부분에 있어 피의자가 개입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는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현재까지 현출된 증거들에 대해서는 반대신문권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보이는 점, 뇌물 액수의 산정에 있어 사실적 내지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특경법횡령의 점과 관련하여 피의자에게 반박자료 제출을 위한 충분한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점을 감안할때 피의자의 방어권보장이 필요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이날 낮 12시22분쯤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고 나오면서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은 변함이 없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그는 “10억원 수수 인정하나” “(건설업자와) 동남아 여행 간 것 인정하나” 등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죄송합니다”라는 답변과 함께 법원을 빠져나갔다.
김씨는 2021년 9월 직무 연관성이 있는 건설업체 관계자와 업무 시간에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사실이 감사원 내부 감사에서 적발돼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여행 비용은 스스로 부담했지만, 정식 휴가를 내지 않은 부분이 문제가 됐다. 또 재산을 일부 누락한 채 공직자 재산 신고를 한 의혹으로 내부 감찰을 받았다고 한다.
감사원은 김씨가 업무 관련 금품을 받았다는 비위를 포착해 2021년 10월 공수처에 수사 의뢰했고, 사건을 검토한 공수처는 김씨를 입건해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2월 감사원 압수수색을 통해 감사 자료를 확보하고 지난달 27일과 이달 1일 김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는 김씨가 수수한 뇌물액을 10억원대로 파악하고 있다.
공수처법에 따라 3급 이상 감사원 공무원의 뇌물수수 혐의는 공수처 수사 대상에 해당한다. 다만 공수처에서 직접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니기 때문에 김씨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 검찰에 공소제기를 요구할 예정이다.
공수처는 2021년 고발사주 의혹으로 손준성 검사장을 두 차례, 올해 8월 뇌물수수 혐의로 김아무개 경무관을 한 차례 구속 시도했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