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관(상임위원)이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 수사와 관련해 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김용원 상임위원을 직무유기 혐의로 2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지난 8월 이후 인권위 소위원회를 열지 않아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늦어진다는 이유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자신이 요구한 사무처 인사 조치를 송두환 위원장이 하지 않았다며 “고발을 할 거면 송두환 위원장부터 고발하라”고 맞섰다.
박래군 이사는 한겨레에 “8월1일 이후로 김 상임위원이 소위원회를 한번도 열지 않아 인권침해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조치가 지연되는 위법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고발한다”고 말했다. 소송을 대리하는 김원규 변호사는 “소위원회를 책임지는 차관급 공직자가 국민의 세금으로 위임받은 역할을 방기하는 걸 좌시할 수 없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고발장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운영규칙 4조(회의의 소집) 등에 근거해 적어도 3개월에 한번은 침해1소위를 소집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8월1일 이후 한 번도 침해1소위를 개최하지 아니하여 정당한 이유없이 자신의 직무를 유기했다”고 썼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이날 한겨레에 “1년6개월 걸리는 진정사건들이 허다한데, 몇 달 (소위가) 열리지 않는다고 진정인들의 권리가 침해된다고 할 수 없다. 소위가 열리지 않는 것은 송두환 위원장이 (본인이 요구한) 인사 조치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30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답하고 있다. 앞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연합뉴스
김 상임위원은 현재 침해조사국장, 조사총괄과장 등이 공모해 허위 공문서를 작성해 돌렸다며 이들에 대한 인사조치를 송두환 위원장에게 요구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8월1일 열린 침해1소위였다. 이날 김 상임위원은 정의기억연대의 수요집회 방해 진정사건에 대한 위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자 ‘기각 선언’을 하며 회의를 종료했고, 소위에 참여했던 김수정 위원은 이에 대해 “정당한 의결절차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사무처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후 조사총괄과는 9월8일 기각 결정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취지로 해명자료를 낸 바 있다.
김 상임위원은 “내가 마치 법에 근거하지도 않은 행위를 한 것처럼 (조사총괄과가)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며 “나야말로 이들을 공수처에 고발하고 싶지만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임위원은 8월1일 이후 본인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침해1소위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또한 2014년 육군28사단에서 발생한 집단폭행 사망사건 피해자 고 윤승주 일병의 유족이 10월18일 인권위 복도에서 농성을 하며 군인권보호관인 본인을 규탄한 것에 대해서도 “감금 당했다”며 이후 송두환 위원장에게 책임있는 조처를 요구해왔다.
인권위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설사 사무처 간부에게 귀책 사유가 있더라도 그걸 검토해서 조치하는 것과, 위원이 법에 주어진 소임을 이행하지 않는 건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사무처 간부가 명백히 위법 행위를 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이 법에 주어진 임무를 방기하는 상황이다. 인권위원이 진정사건 심의를 3개월 넘게 유보한 행위를 누가 납득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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