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시 한 신축 아파트에 입주민들이 붙인 공고.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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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시 엘베(엘리베이터) 사용료 500만원부터”, “커뮤니티 및 공용부시설 사용 불가”, “주차요금 50배 적용(1대 차량도 적용)”, “계약을 잠시만 미뤄주세요!!”
전남 광양시의 한 신축 아파트 주민들이 단지 안에 ‘입주민 의결사항’이라며 붙인 공고다. 입주자들이 이 같은 공고문을 붙이고 나선 까닭은 무엇일까?
공고문이 겨냥하는 대상은 할인 분양을 통해 집을 계약하려는 신규 입주자들이다.
25일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 등의 설명을 들어보면
, 아파트 건설사는 지난 17일께부터 인근 부동산과 분양 대행사 등을 통해 미분양 물량을 기존 분양가보다 5000만원가량 낮춘 가격에 내놓기 시작했다. 최근 지역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미분양 물량이 발생하자 기존 분양가보다 낮춘 가격에라도 남은 물량을 소화하려는 것이다.
전 세대가 34평형(112~117㎡)인 이 단지의 할인 분양가는 저층(1층)인 경우 2억4000만원에서 20층 이상인 경우 약 2억7000만원 수준이다. 이렇게 풀린 물량은 전체 1114세대 중 약 200세대 정도다. 여기에 더해 신규 입주자에게는 발코니 확장 공사 비용 약 1170만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지난 2020년 9월 청약을 거쳐 계약한 원분양자들이 부담한 분양가는 저층이 2억9000만원, 최고층이 4억7400만원 수준이다.
전남 광양시 한 신축 아파트에 입주민들이 붙인 공고문.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그러자 원분양자들이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건설사가 분양 당시 할인 분양은 없을 것이라 구두로 약속했다고 주장하며 할인 분양에 반대하고 있다. 제값을 주고 산 것도 억울한데 할인 분양이 이뤄지면 집값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우려 때문이다. 입주민들은 돌아가며 아파트 단지 출입구를 지키고 서서 할인 분양 계약을 위해 집을 보려는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아서기도 했다고 한다.
과거에도 할인 분양을 두고 시행사·건설사와 입주민들의 갈등이 여러차례 있었다. 그러나 법적으로는 시행사 등이 미분양 아파트를 할인 분양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구지방법원은 2010년 원분양자들이 시행사겸 시공사를 상대로 할인 분양행위가 불법이라며 재산상 손해 또는 위자료를 청구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할인 분양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며 기각한 바 있다. 2013년에도 울산지법이 울산 남구 두산위브더제니스 아파트 수분양자가 아파트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같은 이유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시행사와 시공사 쪽 손을 들어줬다.
현재 이 아파트 잔여 물량에 대한 할인 분양은 건설사가 입주민과 대화에 나서면서 잠시 중단된 상태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입주민들이 집을 보러온 계약자들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하면서 갈등이 발생하자 건설사가 입주민들과 합의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잠정적으로 할인 분양이 중단된 상태이고, 11월 초나 되어야 재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