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불공정과 정치적 편파성의 끝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에도 ‘쪼개기 기소’와 ‘별건 수사’로 인디언 기우제식 수사·기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김건희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됐다는 법원 판결이 거듭 나왔는데도 이에 대한 수사는 ‘말로만 진행중’입니다. 야당 수사에 ‘올인’하면서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는 손도 못대는 극명한 대비를 국민 모두가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낯빛 하나 바뀌지 않습니다. 합리적 사고가 멈춘 듯합니다. 검찰을 향한 불신과 비난을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불을 향해 돌진하는 나방이 연상됩니다.
영장 기각됐는데 “구속 사안” 강변하는 검찰
먼저,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검찰의 황당한 태도부터 보겠습니다. 지난 17일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의 한 장면입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영장 청구를 국회로 보낼 때 수원지검에 있던 대북 송금 사건도 가져왔다가 (영장이) 기각이 되니까 지금 다시 수원으로 내려보냈거든요. 역대급 꼼수 아닙니까? 이게 하나 가지고 자신이 없으니까 이것저것 갖다 붙여서 그럴 듯하게 포장해서 뭔가 상당히 부풀려서 이렇게 (구속) 시도를 해본 거 아닌가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이 한건 한건 모두 중대 사안이고 구속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그 세 건을 의원님 말씀처럼 건건이 별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어야 합니까? 그래서 모아서 한 겁니다. 한건 한건이 제 판단으로는 구속 사안입니다.
이미 구속영장이 기각된 마당에 영장에 들어있던 혐의 하나하나가 “구속 사안”이라고 강변하는 지검장의 태도가 놀랍습니다. 구속의 주체는 사법부입니다. 헌법과 법률에 그렇게 규정돼 있습니다. 행정부 소속의 검찰이 시민을 함부로 구속할 수 없도록, 시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그런 형사사법 구조를 만들어놓은 것입니다. 구속할 사안인지를 판단하는 것은 당연히 사법부의 전속적 권한입니다. 그 사법부가 영장을 기각했으면 법적으로 구속 사안이 아니라는 결론이 난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 간부가 여전히 구속 사안이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합니다. 법치국가의 검찰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축구 경기에서 심판이 비디오 판독까지 거쳐 ‘노골’을 선언했는데 패배한 팀의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골인이었다’고 강변한다면 얼마나 비루해 보이겠습니까.
쪼개기 기소, 재탕 수사…또 이어지는 ‘기우제’
이뿐만이 아닙니다. 영장 기각 뒤 검찰의 행태가 가관입니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거기에 오래 전 ‘위증교사 의혹’까지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했었습니다. 어떻게든 구속영장을 받아내려고 이런저런 혐의를 끌어모아 영장을 청구했다는 점은 삼척동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고 나서 영장이 기각되자 이 의혹들을 따로 따로 떼어 기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일 백현동 건을 분리 기소한 뒤 16일에는 위증교사 건을 또 기소했습니다. 이 대표를 여러건의 재판에 출석하도록 만들어 괴롭히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필요에 따라 사건들을 이리 붙이고 저리 쪼개는 행태는 검찰권이 원칙대로 정정당당하게 행사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국 법원도 검찰이 각각 기소한 백현동 건과 위증교사 건을 기존의 이 대표 대장동 재판을 맡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에 배당했습니다. 쪼개기 기소를 했지만 결국 한 재판부에 사건이 모아진 것입니다.
또 검찰은 대북송금 건을 다시 수원지검으로 돌려보내 계속 수사하도록 했습니다. 여기에 이 대표가 부인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을 묵인했다는 의혹도 추가로 수사합니다. 이 의혹은 경찰이 이미 수사해 불송치(무혐의 종결)한 사건입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12일 국정감사에서 “당시 (경찰) 수사팀에서는 공익제보자 진술뿐만 아니라 압수수색 또는 통신수사 결과 등을 다 종합해서 (무혐의)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다시 수사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로 사건을 넘기자 검찰이 기다렸다는 듯 수사에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재명 수사에만 매달리려는 심산인지 모르겠습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지검장님께 좀 여쭤볼게요. 이재명 대표 관련해서 5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지금 수사를 하고 있고 2건이 수원지검에서 수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중앙지검에 검사가 5건에 총 몇명 정도 투입된 거죠? 한 50여명으로 보도됐는데 대충 맞을까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대체로 20명 안쪽으로.
김영배: 이게 20여명이라고 하셨지만 언론에는 한 50여명 이야기가 나와요. 현재 중앙지검의 정원이 검사가 267명으로 되어 있습니다. 50명이면 무려 20%에 해당하고요. 20여명이 넘고 30명이 넘으면 10%가 넘어갑니다. 대한민국 서울중앙지검 검사를 이렇게 10~20%씩 투입해 가지고 이렇게 장기간 수사를 해가지고 이렇게 빈털터리 수사 결과가 나와가지고 국민적으로 비난을 초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저는 굉장히 참담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송경호: 검찰 수사에 대한 평가는 다른 의견도 많이 있습니다. 그 의견에 동의할 수 없고요. (중략) 수사팀 규모도 이례적이지 않습니다.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
검찰의 특별수사는 외과 수술 하듯 환부만 정확히 도려내야 한다는 게 수사의 정석입니다. 그런데 현 정부의 검찰은 환부인지 아닌지도 모를 곳을 이리저리 절개하며 1년여를 보내놓고 구속영장은 가차 없이 기각됐습니다. 유능함을 자부하던 과거 검찰의 자존심이면 스스로 못 견뎠을 상황입니다. 법무부 장관이든 검찰총장이든 옷을 벗었을 사안입니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이 기각됐어도 “구속 사안”이었다고 자기 최면을 걸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또다른 사건들을 꺼내 수사를 벌이려 합니다. 이쯤 되면 ‘스토킹 수사’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이재명 수사 지휘하는 검찰 간부의 비위 의혹
수원지검에는 대북송금 의혹, 법인카드 의혹 등을 수사할 ‘전담수사팀’까지 꾸려졌습니다. 이를 총괄 책임지는 사람이 이정섭 2차장검사입니다. 지난달 검찰인사 때 새로 부임했습니다.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대표적 인물 중 한명입니다. 그런데 17일 국정감사에서 이 차장검사의 비위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분은 수사를 할 사람이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될 분 같습니다. 이 분이 용인에 있는 모 골프장의 사위이시던데, 현재 그 골프장은 처남이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위장전입입니다. 길 하나를 두고 옮긴 이유는 초등학교가 2개 있는데 서울 대도초등학교가 명문 초등학교다, 이래 가지고 같은 동네인데도 길 하나를 건너서 위장전입을 했습니다.
다음, 처가와 관련된 각종 민형사 분쟁의 집사 역할, 해결사 역할을 합니다. 처남이 요청하니까 자기가 잘 아는 변호사를 추천을 해줘서 이 사건이 가볍게 끝납니다.
다음, 이건 좀 심각해요. 이건 범죄행위예요. 이 골프장에서 일을 하는 골프장 직원,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이런 사람들의 범죄기록 조회를 해줍니다.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문자·카톡 내용입니다. 가사도우미의 전과 조회를 해줘서 그걸 저렇게 둘이 주고받는 내용입니다. 검사가 이렇게 하면 되겠습니까?
다음, 이정섭 검사가 기업·금융 전문검사더라고요. 그런데 정작 자신은 세금 체납이 엄청 많아요. 제가 확인한 것만 2021년부터 2023년까지 2년 동안에 1863만6900원이에요. 그리고 자동차세도 안 내서 번호판도 영치가 되고요.
중대하고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정섭 검사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이건 검찰의 명예가 달려 있는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한 불법 행위들입니다. 이 차장검사는 위장전입만 인정하고 나머지 의혹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대검찰청은 의혹 확인을 수원고검에 지시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이 차장검사를 대검찰청에 고발했습니다.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 아니 범죄 혐의를 수사하는 모든 검사는 자신부터 떳떳해야 합니다. 요리사가 더러운 손으로 요리를 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검사의 비위 의혹은 그가 하는 수사의 신뢰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가뜩이나 이 대표에 대한 수사는 정치적 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에서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정점식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주요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로서 관련 사안에 대해 대검찰청 차원에서 신속하게 사실 확인을 하고, 이게 감찰 대상이 된다면 감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같은 의혹 제기에 대한 수원지검장의 반응이 놀라웠습니다.
신봉수 수원지검장: 국감장 자리는 지난 1년간 수원과 서울고·지검이 한 업무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자리로 알고 있는데 (이정섭 차장검사 관련 의혹 제기가) 오늘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말인지는 의문이 있습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의원의 질문 내용에 대해서 가당하다, 가당하지 않다는 식의 발언은 명백하게 국정감사의 취지에 반하는, 국민이 가진 권리를 부정하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늘 업무보고 중에 청렴문화 조성 및 공직기강 확립이 있어요. 그걸 잘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질의를 하는데 거기에 대해서 수원지검장이 ‘이게 적절합니까’라고 이야기하면 그게 적절합니까?
지금 검찰이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고 도덕적으로 무감각한 상태에 이르렀는지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입니다.
김건희 수사는 1년째 ‘진행중’ 답변만 되풀이
검찰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이 무너졌음을 웅변하는 또 하나의 사건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입니다.
이 사건 관련자들의 1심 유죄 판결이 나온 게 이미 올해 2월입니다. 그리고 지난 13일 또 한명의 공범인 투자자문사 임원 민아무개씨도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민씨는 김 여사의 증권계좌를 관리했다는 의혹도 받는 인물입니다. 검찰은 2021년 민씨가 임원으로 재직했던 블랙펄인베스트 압수수색에서 파일명이 ‘김건희’인 엑셀 파일을 확보했는데, 이 파일에는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의 주식 잔고 및 인출 내역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피고인과 블랙펄 쪽은 김건희 명의 계좌를 운용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증거를 살펴보면 피고인과 공범들이 (도이치모터스 주식) 시세조종에 활용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2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유죄 판결에 이어 거듭 이 계좌들이 시세조종에 이용됐음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김 여사에 대해 그 흔한 압수수색이나 소환조사 한번 하지 않고 있습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에 김건희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관련된 부분 수사하고 있냐고 질문드렸을 때 수사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이 사건은 여러가지 법률상 쟁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박주민: 수사를 하고 있냐는….
송경호: 하고 있습니다. 증인들과 물적 증거로 현출되는 사실관계가 과연 새로운 것인지, 기존의 수사 내용과 배치되는지를 확인하고 또 시세조종 관여자 및 증권사 직원들 10여명 이상을 불러서 조사하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아까 말씀하신 공범 한명은 구속기소까지 한 사안입니다. 이 정도 말씀드리겠습니다.
관련자들의 1심 재판이 끝난 지 수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법률상 쟁점을 따지고 있다는 게 납득되십니까. 관련자들의 재판 진행을 봐가면서 수사를 진행한다는 것 자체부터 말이 안 됩니다. 이런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송경호 지검장의 답변은 1년 전 국정감사 때와 판박이입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건희 여사 혹시 한 번이나 소환해 보셨습니까?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그 여부는 제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기동민: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무혐의로 털 겁니까?
송경호: 지금 수사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기동민: 김건희 여사 관련 건을 동일한 잣대로 공정성 있게 국민들이 보기에 편파성이 없이 처리되고 있느냐, 이걸 묻는 거예요.
송경호: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서 지금 공판 상황도 점검하고 공판 진행 과정에서 일부 언론이나 문제 제기하는 것처럼 공판 진행 상황에서 드러나는 일들이 수사 과정에서 확인된 것과 같은지 혹은 다른지 아니면 새로운 내용이 나오는지 그런 것들을 다 점검하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수사도 병행하고 있고.
기동민: 다 점검하는데 이게 너무 길어지는 데 대한 지적입니다.
(2022년 10월18일 국정감사)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는 똑같은 말을 그때도 했습니다. 그 이후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났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그 말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지 묻고 싶습니다.
최소한의 가면도 벗어던진 검찰
‘이재명 수사·기소’에는 비루한 꼼수를 쓰고, ‘김건희 수사’에는 비굴한 침묵을 지키는 게 지금 검찰의 모습입니다. 과거의 검찰은 비록 말뿐일지언정 정치적 중립과 공정을 내세우고, 때로 ‘살아 있는 권력 수사’도 적당히 끼워 넣었습니다. 그렇게 최소한의 명분과 신뢰를 유지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검찰은 이런 가면조차 벗어던졌습니다. 검사 출신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는 시늉조차 없고, 야당을 겨냥한 수사는 절제하는 척도 하지 않고,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엄두조차 내지 못합니다.
이런 검찰에게 저 막강한 권한을 그대로 맡겨놓아도 되느냐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팽개친 검찰에 수사·기소권이라는 양날의 칼을 쥐어주는 것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일임을 검찰 스스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자기부정입니다. 소멸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을 떠올리는 이유입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