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 그래픽 영상소셜팀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가 본인 소유 아파트의 전세계약을 연장하면서 전셋값을 40% 올려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임차인은 전셋값 인상폭을 5%로 제한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이 있었지만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야당은 재계약 과정에서 갑질 행위가 없었는지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20일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박 후보자의 아파트 전세계약서를 보면, 박 후보자는 지난해 5월 자신이 소유한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아파트(전용면적 84.98㎡) 전세계약을 2년 연장하면서 보증금을 5억7000만원에서 8억원으로 올려 받았다. 인상률이 40%에 이른다.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 후보자. 케이비에스 제공
2020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2020년 12월10일 이후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임차인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2년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이 경우 임대료 인상폭은 5%로 제한된다. 박 후보자 임차인이 이 권리를 사용했다면 갱신계약시 보증금 상한액은 5억9850만원이다.하지만 박 후보자와 임차인은 전세계약서에 특약사항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을 유보하고 계약하기로 합의함’이라는 단서를 달고 보증금을 8억원으로 40% 올렸다. 청구권을 사용했을 경우와 비교하면 임차인의 추가분담액은 2억150만원에 달한다.
박 후보자는 “임차인이 오래 거주하는 동안 시세보다 낮게 전세계약을 체결해왔다”며 “2022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임차인과 합의해 8억원으로 전세계약을 맺었고, 다음 전세계약시 5%만 인상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급등한 전셋값에 맞춰줄 의무가 없는 임차인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2억여원을 추가 부담한 배경에 의문이 남는다. 현행법상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면 임차인이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당시 이 조항을 활용해 임차인의 갱신권 사용을 막고, 시세대로 보증금을 올려 받는 경우가 빈번했다. 박 후보자 집 임차인은 한겨레에 “(전세계약 건과 관련해 기자와) 대화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집주인이 ‘실거주하겠다’고 하면 임차인이 집을 비워줘야 하는데, 당시 이 조항을 활용해 임차인의 갱신권 사용을 막고, 시세대로 보증금을 올려 받는 경우가 빈번했다(위 이미지는 기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야당에서는 계약 갱신 과정에서 박 후보자 쪽의 갑질 행위가 있었는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두관 의원은 “본인 소유 아파트 임대료를 40%나 올려 세입자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라며 “국민의 삶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윤석열 정부의 전형적인 내로남불 인사로, 청문회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고병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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