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오염수 방류 영향 분석을 위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 추적조사가 필요하다’는 연구용역 결과를 얻고도 관련
보고서를 비공개해 논란이 인 가운데, 해당 보고서를 검토한 학계 전문가들이 “연구성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확보한 질병청의 정책연구용역 ‘방사성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 평가결과서를 보면, 평가위원들은 ‘공개를 제한할 내용은 없다. (대중에) 제공돼 논의의 시발점이 돼야 한다’, ‘추적조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정책연구용역 평가결과서는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정책연구가 최종 마무리 되기 전 이를 평가한 결과를 담은 문서다. 당시 전문가들이 ‘일부 보완’ 의견도 밝혀, 최종 보고서는 이 내용이 보완되어 발간됐다.
해당 연구는 방사능 재해 전문가인 최대해 차의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책임 연구책임자로 진행했다. 100mSv(밀리시버트) 이하의 저선량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오염수 방류로 인해 방사선에 의한 피폭선량이 현저히 늘어갈 것이므로 국민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최소 20년 이상의 장기간 추적 조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질병청은 그해 8월 연구용역 결과보고서를 정보공개법상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이라는 이유로 2024년 5월까지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연구용역 보고서를 비공개로 돌린 셈이라,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대통령실과 여당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논란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강선우 의원은 “지난해 5월에 작성된 평가 결과서에는 대외 공개는 물론 홍보 필요성까지 강조됐는데 그해 8월에 갑작스레 비공개로 결정됐다. 바뀐 것은 대통령뿐”이라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어디까지 보고되었고 누가, 왜 비공개 결정으로 변경했는지 국민께 한 점의 의혹도 남김없이 소명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질병청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비공개 연구용역 목록’을 제출하라는 최혜영 민주당 의원실 요구에 이 연구용역만 누락해 빈축을 샀다. 질병청은 뒤늦게 의원실에 사유서를 보내 ‘고의적 누락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지영미 질병청장도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연구과제 목록을 누락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의로 누락한 것이 아니라 비공개를 공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밝혔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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