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민주항쟁 관련자가 관련 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았더라도 정신적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5·18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에게도 같은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부마민주항쟁 관련자 ㄱ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ㄱ씨는 3억원의 손해 배상을 청구했고, 1~3심은 모두 국가가 ㄱ씨에게 1억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ㄱ씨는 1979년 10월19일 “중앙정보부가 학생을 잡아 전기고문을 하고 상처에 고춧가루를 뿌린다. 현 정부는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가 계엄법과 계엄 포고 위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서에서 여러 차례 물고문을 당했다. 이후 ㄱ씨는 2021년 11월 국가 공무원의 불법행위로 자신이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부마항쟁보상법상 ‘보상금 지급 결정에 동의한 경우 부마민주항쟁과 관련해 입은 피해에 대해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는 규정에 따라 ㄱ씨에게 배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대법원은 “부마항쟁보상법에서 보상금 지급에 동의해 성립하는 ‘재판상 화해’의 대상에 ‘정신적 손해’ 부분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화해 성립 간주 대상에 ‘정신적 손해'가 포함된다면 국가배상청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위헌적인 결과가 발생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부마항쟁보상법과 유사한 구조를 띤 민주화보상법과 5·18보상법이 위헌 결정을 받은 점과 민주화보상법 혹은 5·18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피해자도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삼았다.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유신독재에 항거해 1979년 10월 부산과 마산에서 일어난 민주항쟁이다. 광주민주화운동과 4·19 혁명, 6·10 민주항쟁과 함께 대표적 민주항쟁에 속한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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