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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전 통지 없이 공군 숙소에 수신료 수천만원 부과…“위법”

등록 2023-10-09 11:39수정 2023-10-09 13:40

대법원, 한국전력 상대 정부 소송에서 정부 손 들어줘
국가 상대 행정처분도 행정절차법 어기면 ‘위법’ 첫 판결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KBS)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한국방송(KBS) 사옥의 모습. 연합뉴스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행정처분도 사전 통지나 의견 청취 등 행정절차 규정을 따라야 하며, 이를 따르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이런 이유로 한국방송(KBS) 수신료를 공군에 사전통지 없이 부과한 처분이 위법하다고 봤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정부가 한국전력공사(한전)를 상대로 낸 수신료부과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지난달 21일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한국방송에서 수신료 징수 업무를 위탁받은 한전은 2020년 대구에 있는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영내 외래자·독신자 숙소에 텔레비전이 수백 대 설치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3개월치 수신료 미납분 수천만원을 부과했다. 비행단은 군 영내의 텔레비전 수상기는 등록이 면제된다고 정한 방송법 시행령 39조 10호를 들어 기납부액의 반환과 추가 징수의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방송의 미납분 납입 요청이 계속되자 정부는 한전의 수신료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2021년 2월 소송을 냈다.

1·2심은 한전이 수신료 부과를 위한 적법한 행정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2심 법원은 “수신료를 부과하기 위해서는 행정절차법상 사전 통지, 의견 청취, 이유 제시 절차를 이행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방송법 시행령에 따라 군 영내의 텔레비전은 애초에 수신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소송에 보조참가한 한국방송은 국가기관은 행정절차법이 적용되는 대상이 아니며 영내에 있는 텔레비전이어도 공용 목적으로 설치된 경우에만 면제 대상이라고 주장하며 상고했다. 하지만 대법원 역시 수신료 부과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행정의 공정성·투명성 및 신뢰성 확보라는 행정절차법의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해보면 행정기관의 처분에 의해 불이익을 입게 되는 국가를 일반 국민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 “면제 요건을 해석함에 있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해야 하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 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며 “군 영내에 있는 수상기는 사용 목적과 관계없이 등록(납부) 의무가 면제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가에 대한 행정처분에서도 행정절차법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 원칙적으로 처분이 위법이라는 점을 명시적으로 설시한 첫 판결이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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