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검사의 대필논문 활용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이 예비심사 자료 대필은 학위논문 대필과 달리 업무방해 혐의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예비심사 자료는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기 전이기 때문에 학위논문 대필과는 ‘업무방해 위험’ 정도를 달리 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아무개(44) 검사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심리미진 취지로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정 검사는 2016년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중 같은 학교 대학원생들이 대신 작성한 논문을 박사학위 예비심사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다.
1·2심은 정 검사의 업무방해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예비심사 자료는 신청인이 작성해야 하고, 설령 지도교수라 하더라도 이를 수정·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대작 수준에 이른다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대법원은 정 검사가 대학원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학위청구논문의 작성계획을 밝히는 예비심사 단계에서 제출된 논문 또는 자료는 아직 본격적인 연구가 이뤄지기 전”이라며 “(업무방해 위험 정도를) 학위논문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 정 검사의 지도교수 등이 예비심사 자료를 대작했다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대학원생, 조교 등에게 정 검사의 예비심사 자료를 대신 작성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노아무개 교수는 이 사건이 불거지자 2019년 1월 미국으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4월 귀국해 구속 기소됐다. 지도교수인 노 교수의 도피로 인해 초고 작성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조사도 마무리되지 못했다. 예비심사 자료를 최종적으로 수정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정 검사의 동생인 정아무개(43) 교수도 노 교수를 통해 대학원생에게 논문 3편을 대필하도록 하고 학술지에 게재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정 교수는 1·2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대법원의 상고 기각으로 형이 확정됐다. 검찰 출신인 노 교수는 논문 대필을 지시한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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