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엠지(MZ) 조폭 ‘불사파’ 조직원들이 야유회에서 찍은 사진. 서울경찰청 제공
투자사 대표가 미술작품 투자금 수십억원을 회수하겠다는 명목으로 갤러리 대표를 감금·협박하는 데 이른바 ‘엠지(MZ) 조폭’을 동원했다가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특별한 지역 기반 없이 또래 중심으로 모여 불법 행위를 일삼는 엠지 조폭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갤러리 대표를 상대로 과도한 투자회수금을 요구하며 감금·협박한 투자사 대표 유아무개(30)씨 등 일당 9명 구속하고 27일 모두 송치했다고 밝혔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폭처법)상 공동감금 및 공동협박 등의 혐의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전국적인 조직을 결성하고 활동 중인 엠지 조폭 ‘불사파’ 활동을 확인했다.
경찰에 검거된 이른바 엠지(MZ) 조폭 ‘불사파’ 조직원이 문신한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경찰 설명을 들어보면, 불사파 조직은 2년 전 1983년생 또래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범서방파, 이천연합파 등 경찰 관리대상인 조폭들과 활동하거나 연락했던 엠지 세대가 계파를 불문하고 이때부터 전국적인 조직을 결성해 활동한다는 것이다. 불사파는 영화 ‘넘버3’에서 송강호가 만든 ‘불사파’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고 한다. 이들은 전신 문신을 하고, 일정한 직업이 없는데도 강남의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며 고가의 외제차를 몰고 다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경제적인 목적이 있으면 서로 이합집산하고, 친구들끼리 모이다 보니 연락도 수평적인 부분이 있다”며 “옛날 조폭이라고 하면 수괴나 위계질서가 있고 지역 기반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 범죄단체 구성 및 활동을 처벌하는 폭처법 4조를 적용하기 힘든 새로운 유형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엠지(MZ) 조폭 ‘불사파’ 조직원들이 세를 과시하기 위해 화환을 세워둔 모습. 서울경찰청 제공
이번 사건에서 불사파는 갤러리 대표를 협박하는 데 다른 폭력배와 함께 동원됐다. 투자사 대표 유씨 등 3명은 미술작품 투자금 28억원에 대한 회수금 명목으로 갤러리 대표에게 87억원을 받아내려고 불사파 조직원 5명과 다른 폭력배 4명을 불렀다. 이들은 갤러리 대표를 수회 폭행·감금하고 갤러리에 보관 중인 그림 3점을 빼앗은 혐의 등을 받는다.
경찰은 이 중 아직 검거되지 않은 불사파 2명과 다른 폭력배 1명을 이른 시일 내 검거하고, 불사파의 여죄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경찰은 휴대전화 27대, 태블릿 피시(PC) 4대의 포렌식을 맡겨 조직의 규모나 다른 불법 행위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