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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해병대 사령관, 박정훈 대령 두둔하며 “잘못 없다”

등록 2023-09-24 22:10수정 2023-09-25 18:39

군인권센터, 김계환 사령관 통화 녹취록 공개
박 전 수사단장 보직해임 직후 “진실하게 했다”
“내 지시사항 위반한 걸로 갈 수밖에 없을 거야”
해병대원 순직사건 축소 외압 의혹을 폭로했다가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예비역 동기생들과 두 손을 꼭 잡은 채 지난 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서울 용산 군사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해병대원 순직사건 축소 외압 의혹을 폭로했다가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예비역 동기생들과 두 손을 꼭 잡은 채 지난 1일 오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서울 용산 군사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박정훈 전 수사단장이 항명했다고 지목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 박 전 단장 보직해임 직후에는 그를 두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사령관이 7월31일부터 8월2일 사이 이첩보류를 지시했는데 박 전 단장이 따르지 않았다’라는 군의 공식 입장과도 배치된다. 김 사령관은 ‘결국 내 지시를 어겼다고 박 전 단장이 엮일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는데, 실제 일은 그렇게 진행됐다.

군인권센터는 24일 김 사령관이 박 전 단장과 함께 관련 수사를 이끈 해병대 중앙수사대장과 지난달 2일 오후 9시48분부터 4분42초 동안 통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은 박 전 단장이 임성근 해병 1사단장 등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보직해임 통보를 받은 날이다.

통화 녹취록을 보면, 김 사령관은 중수대장에게 “나도 한 3시간 반, 4시간 정도 조사받고 왔다”며 “어차피 우리는 진실하게 했기 때문에 잘못된 건 없어. 정훈이가 답답해서 그랬겠지”라고 말했다.

김 사령관은 “정훈이가 국방부 법무관리관하고 얘네들 통화한 거 다 있을 거 아니야? 기록들 다 있지?”라며 박 전 단장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통화한 기록이 존재하는지를 묻기도 했다. 그러자 중수대장은 “네, 맞습니다. 기록도 있고, 그 통화할 때 저하고 지도관하고 다 회의 중간에 법무관리관이 전화 오고 해서 옆에서 다 들었습니다”라며 “너무 이렇게 외압이고, 위법한 지시를 하고 있다고 다들 느꼈습니다”라고 답했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이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김 사령관은 “결국 그것 때문에 본인(박 전 단장)이 책임지겠다는 거 아니야”라며 “이렇게 하다가 안 되면 나중에, 내 지시사항을 위반한 거로 갈 수밖에 없을 거야”라고 말했다. 국방부가 박 전 단장의 이첩 행위를 문제 삼다가 여의치 않으면 항명 혐의를 적용할 거라는 뜻으로, 실제 일은 그렇게 진행됐다.

중수대장이 통화에서 “지금 들어보니까 경찰에 넘긴 기록도 국방부에서 받아 가겠다고 무리하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자, 김 사령관은 “아, 그래? 국방부에서 받아 가려고 그런대?” 하고 되묻기도 했다. 또 중수대장이 “(국방부 검찰단이) 기록을 가져가는 순간 자기들 다 발목 잡을 것”이라고 말하자, 김 사령관은 “어쨌든 간에 우리는 지금까지 거짓 없이 했으니까 됐다”며 “벌어진 건 벌어진 거고 무거운 짐 다 지고 가자”라고 답했다.

이런 발언은 그동안 김 사령관의 공식 입장과 배치된다.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이 자신의 지시사항을 위반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김 사령관은 지난달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후속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는 군의 엄정한 지휘와 명령체계를 위반하는 군 기강 문란 사건까지 있었다”며 박 전 단장을 비판했고, 박 전 단장은 김 사령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혐의(항명) 등으로 수사받고 있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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